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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자료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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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간도 일기<제342호> / 2009. 7.21(화) / 흐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애심복리원 개원 1주년을 앞두고 잔 공사들이 끊이지않고 있다. 봄 해동되자 시작한 닭장공사와 연못 공사는 이제 마무리 되었지만 바로 이어 시작한 2층 베란다 개조공사는 아직도 손을 깨끗이 털지 못하고 미진한 상태다. 게다가 2층 누수로 바닥을 일부 들어내 숙소는 공사판과 다름이 없다. 복리원을 개원하면서 앞으로도 3년은 더 고치고, 가꿔야할 것이라고 각오는 했지만 이제 1년인데 벌써 헉헉대는 느낌이다. 기획자와 실행자가 따로 있고, 개척자와 운영자는 일의 성격이 다르긴 다른 모양이다. 하긴 프란치스코 성인이 기존 수도회의 틀을 깨고 밖으로 뛰쳐 나오신 것은 정주와 또 다른 활동의 몫을 발견하셨기 때문이 아닐까.
나름대로 일의 원리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전기고, 수도고, 기타 지지부레한 일들은 내가 직접 한다고 마음먹고 있다. 그래서 기회 있을 때마다 공구들을 사모아 놓아 제법 없는 것 없이 다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연못 전기선로를 고쳐 스위치와 콘센트를 하나로 묵는 전기 단자함을 설치했고, 며칠동안 조금씩 조금씩 재료를 사들이고 며칠동안 끙끙대 드디어 마당에 음악을 내보낼 수 있는 음향선 설치를 끝냈다. 처음 공사할 때 이미 정자에 스피커는 달아놓았지만 어떻게 선을 늘였는지 집안에 들어 온 선이 사무실까지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현관 입구에서부터 선을 감추며 구석 구석을 돌아 사무실 까지 선을 끌어들인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내가 혼자 쭈그리고 앉아 끙끙대는 것을 보시며 못내 궁금해 하셨었다. 그 궁금증이 드디어 오늘 풀린 것이다.
그 첫 곡을 무엇을 내보낼까 고민하다가 오전시간이라고 생각 끝에 조용한 음악을 골랐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마당에 나가 심심풀이로 풀을 뽑고 계시던 할머니들이 순간 스피커가 달려 있는 정자쪽으로 일제히 얼굴을 돌리셨다. 뒤짐 짓고 연못가를 서성이던 큰 윤아바이도 목을 쭉빼고 정자쪽을 올려다 보셨다. 음악이 들리는게 확실했다.
사무실에 앉아서 앞으로 어떻게 이용할까 구상을 하는데 관리원 현동무가 들어왔다.
"이 음악 틀어주시오."
현동무는 녹음 테이프를 하나 들고 들어왔다. 아마 라디오를 녹음한 것인지 테이프 겉에는 아무런 표시도 없었다.
"츠다이는 팡이 안돼요. 광판만 돼요."
츠다이는 녹음테이프를 말하는데 우리 녹음기는 광판, 즉 씨디만 들을 수 있는 것이었다.
"아매들이 소리는 나오는데 노래가 안나온다고 해서…."
예상은 했었지만 난 그저 조용히 음악감상이나 하시라고 했었는데….
"알았어요. 내 하나 골라볼게."
몇 년전에 이곳 사람들에게 노래를 가르칠 때 쓰려고 대중가요 테이프를 하나 구입해 온게 있었다.
음악이 나가자 갑자기 마당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매들의 소리도 높아졌고, 평소 말도 잘 안하던 작은 윤아바이를 할머니들이 불러 제법 다정하게 심부름도 시켰다. 웃음소리도 나왔다. 현동무도 괜히 신나는지 이것 저것 아매들 옆에서 시중을 들었다.
베토벤을 밀어낸 스피커에서는 '유행가'라는 유행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쿵쿵따리, 쿵쿵따리, 신나는 노래…"
<342-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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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길림성 화룡시/ 최요안/ joahnch@hanmail.net

흰구름

2009.07.30 01:40:22
*.212.61.9

음악은 기쁨을 가져다 주지요....애심복리원에 음악 설치공사 성공을 축하드립니다...
조용한 국가홈페이지도 음악이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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