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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평창보자료

<지정토론-Ⅰ주제에 대해>

진정한 의미의 화해

변 진 흥(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


진정한 의미의 화해는 발표자께서 지적한 것처럼 화해 이전상태로의 회복을 위해 분
열과 갈등의 참된 극복을 가능하게 하는 노력을 통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상대의 존재양식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것이 가능할 때 첫
번째 단계인 평화공존이 가능하고, 용서와 함께 하느님이 원하시는 정의의 회복도 가능
하다. 신앙의 눈으로 볼 때 갈등과 분열로부터의 원상회복은 하느님 은총의 결실이요 그
과정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하느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의 변화를 뜻한다. 따라서 진정
한 화해를 위해서는 이러한 변화의 모습, 그 과정과 이 변화를 이끄시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남북관계의 변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변화에 대
한 현상적, 신앙적 이해가 절실히 요구된다.
북한은 지금 눈부신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 당국은 지난 9월 24일 중국
의 어우야(歐亞) 그룹 양빈(楊斌) 회장을 신의주 특별행정구의 초대 장관으로 임명했다.
양빈 회장은 불과 39세이지만 중국 제2의 갑부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1984년에 나진
선봉지역을 특구로 지정하고 자본주의적 실험을 시도했지만, 실패에 그쳤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북한은 국내 인물을 제치고, 외국인을 용병처럼 고용한 것이다. 이것이 용병
고용인지, 아니면 홍콩처럼 중국에 50년간 租借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본인이
북한 국적으로 변경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전자의 경우일 공산이 크다. 이
경우 그가 얼마나 행정력을 발휘할 것인지 의구심을 자아내는 것도 사실이지만, 일단 '특
구 기본법'이 발표되고 북한 당국의 정책적 의지가 명확히 제시된 이상 상당한 힘이 실
리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양빈이 불원간 서울에 와서 한국 기업의 신의주 특구 유
치설명회를 갖기로 한 것은 획기적인 변화이다. 나진 선봉 특구의 경우 북은 사실상 남
쪽을 배제하고 외국 기업 유치에 열을 올렸지만, 남쪽과의 협력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실
패의 중요한 원인이었던 점을 거울삼아 이번에는 보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모습으로 이해가 가능하다. 이것 역시 신의주 특구가 그만큼 분명한 마스터플랜 위에 세
워지고, 이를 뒷받침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의 토대 위에 유지 운영될 것임을 알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이러한 변화는 무엇을 뜻하는가? 아마도 북한 스스로 변화하지 않고는 더 이
상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하는 현실인식의 반영임이 분명하다. 최근에 접촉한 북측
인사들은 지난 '7.1경제개혁조치'가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수개월 동안 준비
되었었다고 말했었고, 이번 신의주 특구 설치도 수년 동안 준비되었다고 전했다. 우리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북측이 이런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고 할 때, 다른 측면에서도 이러
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
하지만, 이 역시 그들 내부의 속사정을 알 수 없는 우리의 과도한 기대일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어떻든 북한은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시대변화의 흐름에
쫓기는 데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시대변화의 새 흐름을 과감히 주도하면서 신속히 변신
을 꾀하려 하고 있음을 주목하게 된다. 물론 그 변화는 일반적 의미의 점진적인 '아래로
부터의 변화'가 아니라 일단 정책적 차원의 '위로부터의 변화'로 비쳐진다. 그 출발점은
2000년 6월의 남북정상회담과 '6.15남북공동선언'이다.
2000년 6월의 남북정상회담과 '6.15남북공동선언'에 대한 평가와 의미부여에 있어서
는 남과 북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남쪽에서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이를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 결실로 보고, 6.15선언이 그 의미를 담아낸 그릇으로 보
는 정도로 이해되지만, 북쪽에서 볼 때 6.15선언은 일종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처럼 체
제적 차원의 새 시대 모색을 뜻하는 총체적 변화의 이정표로 이해되어 그 역사적 의미가
뚜렷이 부각되고 있으며, 어떤 측면에서는 신앙적 관점의 복음적 지표처럼 절대적 의미로
이해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북한사회는 경의선 철도 연결과 같은 남북관계의 개선뿐만
아니라 과감한 경제개혁과 신의주 특구 설치 등 일련의 체제개방으로 이어지는 변화의 질
적인 측면을 내부적으로 이해하고 소화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북한의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를 민족화해의 차원에서
어떻게 진단 평가할 것인가. 우리 교회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깊은 복음적 성찰과 신학
적 이해 및 실천적 접근방법 모색에 있어 얼마나 앞서가고 있는가. 불행히도 한국 교회
는 북한 당국과 북한 사회 그리고 북한 주민을 바라보는 기본시각에 있어 아직도 과거의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있지 못하며, 이로 인해 새로운 인식의 기초를 확립하지 못하고 있
다. 특히 북한 교회에 대해 교도권 차원의 교계제도적 틀만을 염두에 둘 뿐, 이러한 북
한 사회 변화의 주인이 '바로 그 분'이심을 직시하는 능동적 접근의 길을 열지 못하고 있
다. 만약 북한이 최근에 보여지는 자체적인 개혁과 개방노력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힘에
부쳐 스스로 쓰러지고 만다면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이번
에는 우리 교회가 그러한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 명약관화
하다. 개신교는 이런 문제에 묶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미 북한교회와의 분명한 파트너
쉽 형성을 바탕으로 발빠른 행보를 보여 효율적인 대비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 교회는
원칙론에 묶여 말로만 선교 대비를 외칠 뿐 뒤늦게 서두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선교에 관한 논의 이전에 민족적 화해를 향한 우리 교회의 역할
에 관한 점검 부분으로 생각된다. 교회는 본질적으로 '화해와 일치의 도구'이다. 따라서
말씀의 선포 이전에 이를 위한 여건 조성 차원에서 말씀의 실천인 사랑 즉 화해와 용서
를 무엇보다 먼저 실천해 나가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선교에 대한 구체적인 대
안 마련은 사랑의 실천, 화해와 용서의 구체적 몸짓 위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즉
우리 교회 구성원들이 먼저 북녘 형제들을 사랑하고 용서하며 화해가 가능한 진실된 마
음을 갖고, 그 바탕 위에 그들을 주님께로 인도하는 복음화의 빛을 비추는 것이 순서인
것이다. 이 순서를 교회 구성원 모두에게 이해시키고, 신앙적 차원과 사목적 차원의 복
음적 현실로 전환시키는 것이 긴요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 시급히 점검해 보아야 할 민족적 화해와 일치를 위한
우리 교회의 노력, 그 현주소는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교계적 차원에서 최소
한의 제도적 장치를 가동시키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주교회의 전국위원회로서 북한선교
위원회의 후신인 민족화해위원회가 활동하고,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를 비롯 각 교
구에 민족화해 담당 사제가 배치되어 기도운동, 대북지원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민족적 화해와 일치에 대한 뼈저린 반성과 신학적 성찰, 그리고 이를 신자들 모
두에게 이해시키며 시대적 징표를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구체적 노력은 부족하다. 민
족적 화해와 일치를 위해 남과 북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 이해, 또한
북한에서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여야 하
는지, 또한 신앙적 차원에서 이를 어떻게 뒷받침해야 하는지,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어
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이해, 이에 따른 사목적 대처방안 모색
이 부족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북한의 변화에 대해 피상적 이해를 앞세워 의례 그래왔던 것처
럼 불신만을 앞세우는 태도는 복음적 자세가 아니다. 북한의 변화가 주님의 뜻에 맞도록
이끌어 주시기를 바라고, 그러한 기회를 부여하시는 주님 섭리의 손길을 헤아리는 자세
가 먼저 요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을 지원하는 경우에도 중요한 것은 조건 없이
형제적 사랑을 베푸는 것이다. 인간적 차원에서는 그 성과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지
만, 병들고 가난한 자를 찾아 보살피신 주님의 뜻을 따르는 기본자세를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대북지원은 '지금도 그곳에 계시면서 당신 뜻대로 섭리의 역사를 이루고 계
신 그 분"을 돕는 신앙적 행위일 뿐이다. 그 결과는 우리가 판단할 부분이 아니다. 특히
이 경우에 정의를 말하려 한다면, 인간적 정의가 아닌 하느님의 정의를 말해야 한다.
교회가 그리고 사목자가 이런 자세를 견지할 때 신자들은 민족화해에 관한 분명한 인
식과 일관된 태도를 지켜나갈 수 있다. 화해는 쌍방적인 것이기에 상대를 논하기 이전에
내가 우선 화해를 향한 기본자세를 갖추고, 모든 노력을 조건 없이 기울이는 태도가 선
차적으로 요구된다. 우리는 매일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듯이 저희를 용서
하시고"라고 기도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스스로 하느님께 용서를 빌고, 그 용서를 통해
북녘 형제들이 용서받도록 만드는 신앙적 자세의 확립이 필요하다. 이런 기본자세에 대
한 이해와 수용이 흔쾌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때 비로소 북한의 변화도 쉽게 이해될 수
있고,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노력의 방향도 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하고 북한
의 변화에 대해서는 의구심만 갖고 바라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어떻게 이를 이용할까
하고 근시안적인 생각만 앞세운다면, 우리 자신에게도 또 그들에게도 得될 것이 없다.
그것은 결코 주님이 원하시는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을 전제로 하여 우리는 새로운 시대적 변화에 맞게 민족적 화해와 협력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시급히 모색해야만 할 것이다. 우선 북한 신앙공동체와의 형제적
관계 회복을 서둘러야 한다. 현재로서는 교계적인 관계 설정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파트
너 설정이 불가능하고, 이런 불안정한 상태에서의 사목적 대안 모색은 원론적인 수준을
넘기 힘들다. 최근 로마에서 교회법을 연구하고 있는 김진형 신부는 1983년에 반포된
교회법 517조 2항이 본당사목구 설정에 있어 평신도가 법적으로 참여하는 길을 열어주
었다는 점을 강조하여 북한의 경우에도 교구장의 의지에 따라 평신도에게 상당 부분 그
권한을 위임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발표한 바 있다. 그렇다면 우선 평양 장충성당 평
신도 대표에게 그 권한을 부여하여 교계적인 연계를 이루게 함으로써 정확한 사목적 파
트너쉽을 형성하는 방안이 없겠는지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평양 장충성당 신도공
동체는 1988년 이후 무려 14년간 자기 방식대로 매 주일 공소예절을 하고, 이때 성당
회장인 평신도가 전례를 설명하며 예절을 주례해 왔다. 또한 외부에서 사제들이 방북하
면서 사전에 주일미사 집전을 요청해 방북한 신부가 주일미사를 집전하게 되면 간간히
미사참례도 할 수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 상주 사제의 파견 등 우리 교회가 요구하는 수
준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변화에 대해서도 그 나름의 의미를
깊이 연구하여 보다 나은 방향으로의 점진적인 발전방안 모색을 꾀하는 것은 물론 평양
장충성당 신도공동체의 본당사목구 설정 가능성 모색 등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미래지향
적 검토와 결정과정이 필요하며, 이는 북한사회 전체의 변화에 대응해 나갈 한국교회의
정책적 방향 재설정에도 분명한 전환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함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신의주 특구에 대해서도 신중하고 신속한 접근방
안 모색이 필요하다. 우선 교회 내 기업인들이 어느 정도 여기에 진출할 의사와 구체적
인 계획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고, 현지의 제반 여건에 대해 다각적인 진단과 평가를 시
도해야 한다. 신의주 특구의 경우 북한 주민들을 일단 疏開시키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접촉을 통한 분석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 대한 행정 당국의 정책방
향을 우선적으로 파악하고, 특구를 통한 북한 內地와의 연결 가능성 등을 모색하는 것은
지체없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이와 함께 경의선 연결을 내다 볼 때 개성공단 설치에 대
한 전략적 접근방안도 동시에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모든 문제를 뒷받침할
총체적 대책기구 즉 TASK FORCE가 교회 안에 시급히 설치되어야 한다. 이 기구를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 차원에서 마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여하간에 각 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차원에서 이를 대비하는 구체적 action이 필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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