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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평창보자료

[환경]약이되는 먹거리와 독이되는 먹거리

조회 수 2606 추천 수 0 2004.06.12 10:19:36
제 7강 / 약이 되는 먹거리, 독이 되는 먹거리

죽임의 밥상을 살림의 밥상으로


서형숙 / 한살림 소비자 대표


1. 식생활에 무관심한 주부들

나는 다만 한살림 회원으로 열심히 밥상을 차리는 일에 충실해 왔을 뿐인데 어느 날부터인가 여기저기 강의 다닐 일이 잦아졌다. 주로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안전한 식생활에 관한 강의 요청이다. 강연에 들어가 보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신문에도 수십 년에 걸쳐 여러 차례 지적된 것인데도 주부들이 잊고 사는 사실이 너무 많다는데 놀란다.

예를 들어 수입 밀가루에는 재배 과정에서는 물론 수송과정에서도 농약이 뿌려진다. 창고나 콘테이너 같은 밀봉 용기 안에서 취화에틸렌(EDB), 취화메칠, DDVP(살충제의 일종) 등으로 훈증되며 엘리베이터 컨베이어에서는 마라손, 스미치온 따위로 분무 처리된다. 재배 후에까지 농약을 치는 이유는 몇 주마다 부화되는 바구미와 다른 유충을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이미 1980년대 후반부터 신문에까지 공개되었다. 그리고 미국이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생산된 밀가루는 비행기로 수송할 수 없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지니까- 지금도 여전히 배로 수송하는데, 그 수송기간이 2~4 개월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 농약들은 지금도 역시 수입 밀가루에 뿌려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말을 들은 주부들은 먹는 식품으로 어떻게 그런 것이 버젓이 판매될 수 있느냐 며 전혀 처음 듣는다는 반응을 보이기 일쑤이다. 들어 있어도 사람 몸에 해로울 정도는 아니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진상은 이렇다. 1t의 밀에 8g의 마라손 살포가 기준인데 세계식량기구(FAO), 세계보건기구(WHO)의 전문가 회의자료에는 20g의 마라손이 훈증 분무 처리된다고 쓰여 있다. 또 취화메칠, EDB 등은 강한 발암물질로 미국에서는 1984년 이후 사용이 금지된 농약이다.

밥상은 주부 자신이 지키지 않으면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것이 우리 실정이다. 나도 아이를 갖기 전까지는 식생활에 무관심했다. 더구나 나는 타고난 채식주의자여서 먹는 양이나 재료도 한계가 있었고 그저 먹는 것은 살기 위해 최소한의 영양을 섭취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임신을 계기로 혹시 내 자식에게 영양이 부족할까 잘 챙겨 먹으려 애썼고 잘 챙겨 먹으려 하다 보니 오염된 물질을 함께 섭취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인스턴트식품은 멀리하고 화학조미료를 먹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아이들이 자라면서는 젖을 먹이고 되도록 저공해 저농약 식품을 우선 선택했다.


2. 농약 범벅인 농산물

이를 계기로 한살림과 알게 되었다. 한살림은 생산자와 도시 소비자간의 유기농 직거래 단체이다. 이를 통해 생명살림운동을 펼치는 모임인데 여기에서 나와 우리 가정만 혼자서 깨끗하게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생산자가 아무리 골짜기에 있어도 땅이 이미 오염되어 있고 물과 공기가 더러워져 있기 때문에 실은 무농약 농산물도 진정한 무공해는 아니었다. 그래도 이것을 선택하는 이유는 나로 인해 우리 땅에 농약 뿌리는 일을 줄 일 수 있게 때문이다. 또 나 혼자 깨끗한 것 먹겠다는 것이 아니라 농부들이 농약을 치며 입게 되는 고통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중 수 천 명의 농부가 지금도 농약 중독으로 죽어가고 있다. 그러므로 올바른 밥상 차리기는 나 혼자 잘 살자는 것이 아니라 나와 연결고리를 맺고 있는 이 세상 모든 사람, 이 세상 모든 생명이 다 같이 잘 살자는 것이다.

얼마 전에도 방송에 농약을 친 콩나물 기사가 보도되었다. 벌써 올해 만해도 세 번째 보도이다. 이러다간 아예 농약 콩나물에 둔감해질 지경이다. 그런데 실은 콩나물뿐만 아니다. 오이, 토마토, 배추, 시금치, 가지 등이 자주 오르내린다. 기사가 난다 안 난다, 적발되었다 안되었다 차이일 뿐이지 우리가 먹는 많은 농산물, 심지어는 무공해를 표방했던 업체의 농산물에서도 농약이 검출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무척 혼란스럽다.

콩나물에 농약을 쳐야 하는 이유는 대강 이렇다. 국산 콩이 귀하고 비싸기 때문에 보통 수입 콩으로 콩나물을 만드는데 수입 콩은 밀가루와 마찬가지로 수송과정을 견디기 위해 농약을 쓴다. 일본에서 제작한 ‘수입농산물은 위험하다’ 라는 제목의 비디오 자료를 보면 수입 곡물만 먹고 산 일본 원숭이센터 의 원숭이는 20%가 팔과 다리가 없는 기형으로 태어난다. 일본보다 수송거리가 더 먼 우리나라로 오는 콩에 얼마나 많은 농약이 들어있을 지는 불문 가지다. 농약을 친 콩은 오래되고 당연히 싹을 틔우기 어렵다. 그래서 발아촉진제를 쓰게 된다. 이번에 걸린 콩나물은 잔뿌리가 나지 않고 썩는 것을 방지하는 농약을 뿌린 것이다. 농약 사용이 과거에는 생장과 생육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모양을 좋게 하는 데까지 발전(?)되었다. 농산물을 눈으로 고르는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욕구를 총족시키기 위해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농약은 수백 종에 이르는데 대다수가 침투성 농약이라고 한다. 땅에 뿌리는 선택성 제초제, 살초제, 토양 살충제, 토양 살균제, 잎에 뿌리는 살충제, 살균제, 살비제, 착색제, 방부제, 성장촉진 제, 항생제, 발아억제제, 낙과방지제 따위가 기본적인 것들이다. 꼬부라진 오이는 상품성이 없으니까 쪽쪽 곧게 자라나고 지력제를 뿌린다. 사과에는 출하 무렵 먹음직스러운 색이 되라고 착색제를 살포한다. 고추도 마찬가지다. 딸기는 큼직하게 크라고 뻥튀기약을 뿌려 부풀려낸다. 소비자가 이 물건 싫으면 저 물건 사면 되고 이 매장 싫으면 다른 매장 이용하면 되지만, 생산자는 생활이 달려 있어 소비자보다 더 어쩌지 못하는 것 같다. 결국 우리가 이런 농약화를 자초한 셈이다.

농약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제초제다. 제초제에 함유된 다이옥신은 인간이 합성해낸 물질로는 가장 독성이 강한 것으로 꼽히는데, 그 독이 청산가리의 일만 배에 해당된다고 한다. 다이옥신은 간장, 신장에 영향을 주고 면역성 저하, 피부병과 암 유발, 기형아 출산 등의 질병을 일으킨다. 고엽작전이 행해졌던 월남전 참전용사들의 고엽제 후유증에서 그 심각함을 그대로 볼 수 있다.

그 결과 농촌에서는 자신이 먹을 것과 내다 팔 것을 따로 재배하는 경우가 생긴다. 경북 의성 단촌에는 무농약 고추농사를 짓는 김영원이라는 생산자가 있다. 하루는 이웃 동네 젊은이가 이 생산자에게 고추를 얻으려 왔다고 했다. 그도 고추농사를 짓는 터라 웬일인가고 물으니 제 것은 팔 물건이 지 먹을 것이 못된다며 무농약 고추를 좀 달라고 청하더라고 했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계속 사용하면 그걸 먹는 사람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약하게 만들지만, 이어서 흙도 생산자도 힘을 잃게 된다. 즉 화학농법은 흙을 죽이고 소비자마저 병들어 죽게 하는 죽음의 농법이다.


3. 가공식품은 식품 아닌 화학약품

과일과 야채만 이런 것이 아니다. 알고 보면 과자도 온갖 화학약품 덩어리이다. 아이비 크랙커를 보며 표백제를 쓰고 있다. 이미 표백되어 있는 밀가루에 표백제 아황산나트륨을 더한 것이다. 쫄깃쫄깃한 빵, 푹신푹신한 빵 모두 첨가제 덕이다. 또 빵에는 많은 방부제가 들어있다. 이 빵은 ‘방부제를 넣지 않았습니다’ 라고들 광고하지만 그것은 빵 만드는 제과점에서 따로 방부제를 넣지 않았다는 뜻일 뿐이다. 방부제는 원료인 밀가루에 이미 들어가 있고 버터에도 다른 첨가물과 함께 있으며 우유에는 항생제 성분이 들어가 있다. 달걀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런 원료들로 만드니 실온에서 2~3일이면 금새 곰팡이가 피는 우리밀 빵과 달리 한 달도 유지되는 것이다.

첨가제 중에 우리가 가장 흔히 알 수 있는 것은 글루타민산나트륨이다. 이 화학조미료는 맛을 쉽게 내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물질은 두통, 구토, 얼굴 경직, 가슴압박, 전신경직의 증세를 유발하고 뇌세포를 파괴한다고 해서 수 년 전 천연조미료의 개발로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도 각종 가공식품에는 이것이 여전히 첨가되고 있다. 어린이들이 즐겨먹는 과자인 치토스, 엑서스, 아파치에 들어가고 오뎅, 어묵, 단무지, 맛살, 간장, 통조림, 카레, 짜장에도 듬뿍듬뿍 들어있다. 하루 섭취 기준량을 3g으로 정해 놓고 있기는 하지만 음식은 복합적으로 섭취되기 때문에 하루에 엄청난 양을 먹게 된다.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업요리사 중 98%가 아직도 화학조미료를 사용한다고 한다.

집 앞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하교길에서 보면 모두 입이 뻘겋거나 검게 물들어 있다. 얼음 과자들을 먹어서 그런 것인데, 이것은 순전히 맛있어 보이라고 치는 석유찌꺼기 색소 때문이다. 이런 색소는 얼음 과자, 주스, 버터, 치 즈, 소시지, 햄에도 들어간다. 뒤늦게 위험성이 얼려져 1991년 5월 당시 보사부는 빙과류와 소시지에 들어가던 적색 3 4호, 황색 4호가 발암물질이라는 이유로 사용 금지시켰다. 그동안 안전하다고 사용해왔던 첨가물이 몇 십 년 뒤에야 유해하다고 판정된다. 그러니 현재 안전하다고 쓰이고 있는 것은 그 위험성을 지금까지 밝혀내 지 못한 것일 뿐이다. 그래서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을 붙잡고 이왕 먹으려면 색이 옅은 걸로 골라 먹으라며 따라다니면서라도 잔소리를 해보지 만 부질없는 짓이다. 이런 색소가 어디 한두 가지여야 말이다.

일반적으로 햄에는 발색제인 아질산나트륨이 들어간다. 그리고 산화방지제인 솔빈산나트륨과 합성보존료인 솔빈산칼륨이 더해진다. 발색제는 암 뿐만 아니라 빈혈, 구토, 호흡기 악화 등을 유발한다. 합성보존료는 체내 세포에 독성을 끼쳐 유전자 변이, 중추신경 마비를 가져오며 암을 부른다.

단무지에는 거기다가 합성감미료인 사카린나트륨도 들어있다. 1977년 미국에서 눈의 기형, 콩팥 장애, 위암을 유발시킨다는 이유로 사용 금지된 물질이다. 내용을 잘 모르더라도 무(無)사카린 소주, 무사카린 간장 따위의 광고를 보면 사카린이 유해 물질임을 짐작할 수 있다.

또 간장도 한 번 보자.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간장에는 모두 양조간장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그래서 콩을 발효시킨 장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장을 만드는 방법에는 메주를 누룩의 곡자균으로 발효시켜 만든 자연양조법과 콩에 염산을 부어 분해시켜 만든 화학양조법이 있다. 그런데 자연양조냐 화학양조냐를 밝히지 않은 채 그저 양조라고만 표기한다. 내용물 표시를 살펴보면 아주 잔글씨로 자연양조 몇 %, 화학양조 또는 산분해 몇% 따위가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슈퍼마켓에 진열된 가공식품은 식품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화학약품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더구나 이런 화학첨가물이 복합적으로 들어있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더욱 유해하다. 이런 것들은 식품위생법 에 따라 반드시 물품 뒤에 표기토록 되어 있지만 주부들이 그 위험성을 간과하는데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가공식품을 살 때 내용물 표시를 일일이 확 인하며 사다 보면 그런 힘이 모아져 좀더 나은 것이 생산될 텐데, 어차피 생산자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4. 바람직한 밥상

무농약 농산물은 생산자, 소비자, 땅 모두를 살린다. 그 농산물은 스스로도 살아있다. 그것은 우리가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실하지는 않다. 그냥 자잘하다. 귤에는 해마다 깍지발레 알집이 붙어 있다. 지금이야 땅 이 많이 살아나서 외모도 멀쑥해졌지만 초기 유기농 생산품은 정말 볼품이 없었다. 비록 맛은 기막혔지만.

이런 야채에는 벌레가 자주 따라온다. 배추벌레, 무당벌레, 달팽이들이 물건을 펼치면 고개를 쏙 내민다. 한번은 뱀이 따라와 한 소비자를 놀래킨 적도 있다. 약을 치지 않으니 온갖 생물들이 어우러져 살다 같이 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때 야채 고르는 요령이 벌레 먹은 흔적을 찾아라였다. 그래서 줄거리만 앙상한 열무가 버젓이 장거리에 전시되고 팔린 적이 있다.

최소한 식품에 있어서 눈에 좋은 것을 몸에 좋은 줄로 아는 것은 착각이다. 정반대이기가 더 쉽다. 잔뿌리가 있고 가늘고 작달막한 콩나물은 외면하는 대신에 공산품 마냥 모양이 한결같이 쪽 곧은 오이는 사고, 과일도 색 좋고 흠 없는 것만 선택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본래의 형태에서 벗어나 이런 모양새를 갖추려면 역시 약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는 유기농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듯하다. 우선 한살림모임 자체만 봐도 그렇다. 또 백화점이나 농협 같은 대형매장에 서는 유기농산물 코너가 따로 마련되는 대접을 받고 있다. 그리고 농림부에는 환경농업과가 신설되었다. 팔당상수원보호구역 주변 농지에서는 관행농(화학농)이 아닌 유기농으로만 모든 농산물을 재배하게 되었다.

미국은 1978년 이후 유기농업 문제가 국가 차원에서 취급되고 있고, 일본은 현재 계통출하되고 있는 농산물의 많은 양이 유기농법으로 생산된다. 그에 비하면 비록 미약하나마 1970년대 중반부터 몇몇 뜻있는 사람들에 의해 시작된 우리나라 유기농업이 공식적으로 인정됐다는 점은 매우 기쁜 일이다.

한살림의 경우 이상적인 식탁을 이렇게 본다. 백미로만 밥을 지어서는 안 된다. 벼를 찧어 왕겨만 벗기고 속겨는 남겨둔 현미를 먹여야 한다. 현미는 인체 건강에 필요한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는 종합식품이다. 특히 씨눈 속에는 비타민 A, B2, B6, E, 니코틴산, 판토텐산, 엽산 및 각종 미네랄이 골고루 들어있다. 또 칼슘과 인도 들어있다. 현미밥에다 야채 두어 가지만 곁들 여 먹는다면 영양적으로 충분하다.

야채와 고기류의 비율도 생각해야 한다. 육류는 곡물사료를 먹여야 만들 수 있으니 고농축 곡물인 셈이다. 야채를 많이, 육류는 적게 먹는 것이 좋다. 성인 남자가 하루에 소모하는 단백질 양은 2백~2백50g인데 필요 섭취량은 50g이면 된다고 이상구 박사는 밝힌다. 단백질은 재생기능이 있는데 머리카락이나 밀려나가는 때 등을 통해 우리 몸 속에서 떨어져 나가는 단백질은 1 0~20% 뿐이고, 점막세포 등 나머지 단백질은 몸 속 단백질 공장에서 다시 만들어진다. 단백질은 콩에 30%, 밀에 14%, 감자와 현미에 8%, 채소에 6~ 7%, 사과 같은 과일에 3~5%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현미, 감자, 옥수 수 등의 곡식과 여러 가지 채소, 과일을 골고루 섞어 먹으면 50g의 단백질은 그리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수치이다.

광우병 소동으로 한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우라고 해도 이 땅에서 자란다 뿐이지 배합사료에 의존하기 때문에 내용은 거의 같다. 이 배합사료는 앞서 밝힌 수입 곡류에다 수입 동물성 단백질과 화학첨가 제를 더해 만든 것이다.

닭고기는 싸고 맛있고 영양가 높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팔리고 있는 닭고기는 좁은 공간에서 먹고 자기만 하는 식육용이다. 물론 모이는 방부제, 항생제, 성장촉진제가 더해진 배합사료이다. 배합사료의 화학물질들은 고기에 잔류하게 되며 그것을 먹는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달걀도 마찬가지이다. 양계공장에서 오로지 알을 낳기 위해 산란촉진제가 포함된 배합사료를 먹고, 통풍이 안되고 햇볕이 안 드는 좁은 공간에서 무정란을 낳는다. 얼 마 안가 폐계가 된다. 이런 달걀이 과연 얼마나 건강할까? 달걀은 사료에 섞인 농약 항생제로 인해 한여름을 지나 몇 달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 20℃의 실온에서 10개월을 보관한 달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전혀 변질되지 않은 생생한 모습이었다. 1년이 다 되도록 썩지도 못하는 달걀을 영양가 운운하며 먹는 것은 한마디로 비극일 뿐이다.


5. 외식은 도깨비 방망이인가?

음식은 제철에 먹어야 한다. 이것은 퍽 중요하다. 파가 나오지 않는 철에는 양파로 맛을 내고 그도 없는 철에는 아쉬운 대로 마늘로 대체한다. 초봄에서 봄까지 그리고 한여름에서 초가을까지는 통배추나 김치 대신 얼갈이나 오이 김치로 나야 한다. 초봄에는 통배추가 아직 영글지 않아서 그렇고 한여름에는 밭에서 녹아버리기 때문에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재배할 수 없으니까 배추김치는 먹지 말아야 한다. 한여름 더위가 시작되는 하지 무렵부터 밭에서는 배추가 녹기 시작한다. 이때 밭에 가보면 미처 수확하지 못한 배추들이 녹아 주저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연세가 조금이라도 드신 어른들께 여쭈어 보면 예전에는 한여름엔 통배추를 먹지 않았다고들 한다.

무조건 아무 계절에나 통배추 김치를 먹어야 한다는 어리석음 때문에 어거지로 재배되어 시중에 나오긴 한다. 여름에도 비교적 기온이 낮은 강원도 대관령에서 재배돼 나오는데 그것도 꼭 조건이 맞는 것은 아니어서 평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요소비료를 넣는다. 모양만 배추이지 참 배추는 아니다. 양분이 그대로 있을 리 없다. 여하튼 제철이 아니면 시설재배를 해야 하는데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연료마저 태워야 한다. 비닐 하우스에서 짓는 농사는 아무래도 억지로 하는 거니까 약도 많아 치고 비료도 더 줄 수밖에 없다. 시설재배 농산물은 노지재배 때보다 영양분, 즉 무기물과 비타민이 절반 정도로 줄어든다. 농약 재배 경우라면 더 낮아진다.

그래도 이것은 가정에서 식탁을 차릴 때 이야기이고, 나가서 사먹는 것을 생각하면 문제는 또 달라진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외식은 현재 형태로서는 반환경적인 식생활이다. 이제는 외식이 보편화되어 흔히들 내 집에서 정성껏 차린 음식보다 전문식당에서 만든 음식으로 대접하기를 즐긴다. 돌, 회갑, 생 일, 졸업, 입학의 기쁜 날 식당에서 손님을 맞는가 하면 예를 갖추어 대해야 할 웃어른을 음식점에서 모시는 것이 이젠 예삿일이 되었다.

1970년대 중반이후 소득수준이 향상되어 겉으로 보기에는 식생활의 질도 높아졌다. 이 때부터 육류 소비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이와 동시에 외식사업이 번창하게 되었다.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핵가족 제도가 일반화되면서 각 가정마다 음식 맛이 이어지지 않아 옛맛에 대한 향수를 외식으로 달래기도 했으며, 일손만 놀리던 주부가 대화에 참여하게 되면서부터 외식의 기회는 더욱 많아졌다. 또 주부들의 사회참여로 절대 노동시간의 부족에다 편리함을 추구하며, 현재를 즐기고자 하는 현대인의 의식구조도 외식산업 번창에 한몫을 했다.

더구나 마음만 먹으면 서울 한복판에서 우리나라 방방곡곡의 향토색 짙은 음식과 세계 각국의 특색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그 뿐이랴. 패스트푸드 가게에서는 10분을 채 기다리기 전에 원하는 음식을 바로 입에 넣을 수 있다.

그렇다고 외식이 꿈같은 일을 실현하는 도깨비 방망이만은 아니다. 편리함을 위해서는 항상 대가를 치러야 하기 마련이다. 원료 자체는 접어두더라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원료를 대량 구입해서 오히려 쌀 것 같으나 음식값 외에 그 식당 집세와 내부 치장값, 이윤까지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어서 값이 비싸다. 또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내놓는다. 먹고 남은 음식은 다음에 다시 먹는 가정에서와는 달리 고스란히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단 몇 분 사용하고 버려지는 패스트푸드점의 일회용품 또한 심각한 양이다.

그리고 비위생적으로 처리된다. 음식 재료나 요리가 담겨진 그릇이 얼마나 청결하게 처리될까? 대개 그릇 자체가 아직도 메라민 용기이다. 그릇에 있는 독성물질이 음식에 배어나온다. 설거지할 때 남는 합성세제가 그대로 입으로 들어간다. 합성세제의 독성은 수세미로 네 번 이상 잘 헹구어야 그릇에 남지 않는다고 하니 대중음식점에서 깨끗한 용기를 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맛을 내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조미료도 먹는 이의 건강을 해친다.


6. 생산자와 자연이 주는 교훈

우리의 식생활 여건은 암담하다. 총체적으로 병들어 있어 어느 것 하나 온존한 것이 없는 현실이다. 벌레도 죽고 다른 사람이 다 죽어도 나만 돈 잘 벌고 그래서 나만 잘 살겠다는 죽임과 불신이 만들어낸 일그러진 모습이다. 이 가운데서도 주변의 것, 제철에 난 것, 좀 덜 가공된 식품을 찾아 집에서 해먹는다면 비교적 안전할 것이다.

한 살림은 죽임과 불신의 세상을 살림과 신의의 세상으로 만들어준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유기농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매개로 직접 만나다 보니 의식의 대전환이 이루어진다. 막상 해보니까 그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무농약 농산물을 받아먹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밥을 짓 고 반찬을 만들 때마다 이 농약을 어떻게 하면 잘 씻어내나 하는 이전의 고민이 사라졌다. 우선 무농약이라니 슬쩍 씻어 먹는 것 자체가 기뻤다. 사과도 대충 씻어 껍질째 와삭와삭 깨물어 먹고 딸기는 씻지도 않고 먹었다. 그것만해도 너무 고맙고 또 감사했다.

실상 제대로 된 식탁을 차리는 것은 한끼 밥을 안전하게 차려내 내 가족끼리 먹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한살림의 이상적인 관계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유기적인 공동체 관계를 맺어 제 몫을 다할 때 이루어진다. 막연히 먹을 때와는 달리 생산자를 알고 식탁에 않으면 절로 감사 기도가 나온다. 나의 경우 밥은 당진에 있는 정광영 생산자를 비롯해 아산, 여주, 중원, 괴산 등지의 여러 생산자가 애써 길러 보내준 것이다. 아산의 오이, 횡성의 감자, 신안의 젓갈, 완도의 미역, 화천의 현미 숭늉, 부여의 딸기 생산자까지 모두 떠오른다.

이렇게 알게 된 생산자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포도를 먹다가도 맛있으면 우리 아저씨께 전화하자며 수화기를 든다. 그래서 상주로 칠곡으로 영동으로 제주도로 전화를 하곤 한다. 꼭 맛있다고 전화하는 것도 아니다. 한 번은 정 말 너무 했다 싶도록 볼품 없는 사과 한 상자가 왔다. 그 상자에는 상품가치 가 떨어져 미안하다는 편지도 있었으나 그걸 읽기 이전에 이 생산자는 얼마 나 가슴이 아팠을까 하는 생각이 앞섰다. 제 몸과도 같은 나무가 병들고 제 살과도 같은 과일들이 뚝뚝 떨어져 버렸을 때의 아픔을 비록 알지는 못해도 안타까움을 느끼기는 한다. 이럴 때도 생산지에 전화를 건다.

이러한 감정들은 생산자 말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물품에 따라오는 편지를 읽거나 한 살림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직 생산지에 가서 그 분들과 땅 속에서 어울리며 땀 흘리다 보면 자연 생기는 것이다.

8년쯤 전부터 생산지를 찾아다녔다. 처음 간 곳은 충북 음성의 성미마을이었다. 단오잔치였는데 그저 생산자들과 어울리며 낯익히는 재미가 꽤 좋았다. 두 번째로 간 곳은 유정란 생산지였다. 건강한 암수탉이 넓은 닭장에서 노닐고 있었는데 바닥에는 톱밥과 계분이 보송보송하게 깔려 있었다. 냄새는 전혀 없었다. 그것은 질 좋은 퇴비로 다시 이용한다고 했다. 여기서부터 생산자의 현실을 조금씩 엿보게 되었다.

두루 돌아보고 나서 소비자들은 한 방에 모여 앉아 달걀을 판에 담는 일 을 했다. 금방 꺼낸 듯 아직 알이 따뜻했는데 간혹 오물이 묻어 있는 것이 있었다. 그걸 칼로 긁어 버리고 사포로 문질러 정리하는 작업이었는데 한 판 을 다 하자 손가락이 뻣뻣해 왔다. 물에 씻으면 편리하지만 공기 구멍이 있어 오염되고 신선도가 떨어져 일일이 깍아내는 것이었다. 그간의 생산지 방문은 행사 위주여서 겉모습만 보고 손님처럼 다녀오는 식이었다. 폐만 끼치고 오는 것이 아닐까 하여 돌아올 때는 개운치 않았는데 그 날 역시 마음이 무척 무거웠다. 하루 종일 고된 일을 하고도 밤이면 몇 판씩 달걀을 깎아야 한다니. 그냥 우리 소비자에게 공급해도 좋으련만 하고 생산자 입장에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생산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가장 좋은 길은 고추밭을 한 번 매보는 거다. 그간 일년에도 대여섯 차례씩 생산지엘 다녀왔다. 강원도 배추밭에서 제주도 귤밭까지. 하지만 몇 년을 꿈속에서 생활하던 내게 현실을 바로 보게 해준 곳이 바로 충북농촌개발회다.

숨 가득 들이마셔도 향그러운 깨끗한 공기. 한가로이 떠도는 몇몇 구름 말고는 햇살을 가리는 것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맑은 하늘. 꼭지만 틀면 그냥 마실 수 있는 맑은 물. 사실 서울 살면서 항상 그리워하는 곳은 다름 아닌 이 런 곳이었다. 훗날 내려와 살았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런 꿈은 바로 고추밭을 매면서 산산이 부서졌다. 훅훅 찌는 지열 과 함께 햇살은 사정없이 내리쬐여 등줄기에선 땀이 쉴새없이 흘러내렸다. 항상 위에서 내려쬐는 햇볕만 무서운 줄 알았는데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지경이었다. 열심히 해대는 서툰 호미질에 가뭄으로 굳은 땅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잠깐의 벼 베기도 힘들었는데 이건 그 어떤 일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왜 농부들이 쉽게 제초제를 뿌리는지 절감했고 우 리 생산자가 우러러 보였다.

처음 한살림을 할 때 우리 아이들 나이가 두 살, 네 살이었는데 이제 열 하나, 열 셋이 되었다. 처음엔 배추에 묻어 온 무당벌레보고 울고 달팽이 무섭다고 도망가던 아이들이 생산지에 드나들면서 아무 벌레나 만지게 되었다. 근래에 작은 아이가 엄마, 보도 블록이 있어서 다행이야 라고 하기에 왜? 하고 물으니 개미가 그 홈으로 다니니까 사람들이 지나다녀도 밟히지 안잖아 한다. 비 온 후 길로 뛰쳐나온 지렁이를 다시 흙으로 조심스레 넣어 주는 일도 곧잘 한다. 이 모든 것이 자연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이다.

소비자만 이렇게 변하는 것이 아니다. 생산자들도 어려운 일에 부딪쳤을 때 소비자를 생각하며 힘을 얻는다고 한다. 한살림은 생산품목과 생산량을 미리 정한다. 그러므로 일반 생산자처럼 올해는 무슨 농사를 지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가격은 파종시기의 생산자가 제시한 적정가격을 정해서 1년을 그대로 유지한다. 김장배추는 대량이라 따로 정하지만 배추값을 1천4백 원으로 정했으면 시중에서 5천원을 값이 뛰어도 2백원으로 폭락해도 그대로 1천4백원이다. 쌀값은 가을 수매 때 꼭 생산자 대표와 소비자 대표가 함께 정한다. 이것은 생산자가 작성한 원가표에 기초해 결정되는데, 소비자는 높은 인상을, 생산자는 오히려 낮출 것을 제시한다. 이런 모습들로 생산지 주변이 바뀌고 있다. 충남 부여군 신암면 초촌리에 사는 강수옥 딸기 생산자의 혼자 하던 농사가 11명의 생산공동체로 바뀌게 되었다.


7. 콩 세 알의 의미

생각해 보면 이상적인 삶이란 편리한 삶이 아니다. 그것은 가치를 추구하는 삶이다. 지속가능한 생활이란 도시에서나 농촌에서나 고민한 끝에 이루어지는 삶이다. 그것은 나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세상 만물이 고루 얽혀 같이 잘 살게 됐을 때 이루어진다.

내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는 식탁 차림으로 시작된 작은 일이 이제는 넓은 세상을 보는 눈을 내게 주었다. 자연이 준 소중한 교훈이다. 자연만큼 큰 스승은 없다. 음식 문제 역시 자연 안에서 푼다면 어려울 것도 없다. 뭐든 다 가르쳐 주니까.

새삼 우리 조상들이 실천한 콩 세 알의 의미를 다시 새겨본다. 옛 어른들 은 파종할 때 콩 세 알을 심었다고 한다. 한 알은 날버러지를 위하여, 또 한 알은 땅버러지를 위하여, 나머지 한 알은 열매를 맺으면 우리가 먹기 위해.

* 이 글은 환경과 생명 제13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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