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만난지도 어느덧 2년이 다 되어 갑니다. 짧게 스님처럼 깎은 머리 불편한 왼팔, 왼쪽 다리, 그리고 횡성수설하는 말투에서 저는 오늘 비로소 그분이 약간의 치매끼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무렴 어쩌겠습니까? 우리는 주님 앞에서 다 환자 즉 병자인 것을...! 그도 일부러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대단한 영적 진보를 이룬 사람들일 수록 자기 자신을 더욱 하찮게 여기고 남들도 그가 대수롭지 않은 인간이라고 여기도록 한다는 것을 저는 배웠습니다.
그는 어쩌면 저처럼 담배에 중독된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예, 솔직히 저도 담배에 중독된 것이 아니라 사랑에 중독된 것입니다. 아마도 그도 마찬가지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오늘은 그 장소에 없기를 바라는 마음도 아니,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각각 반반입니다. 오늘 저는 그를 위하여 기도하며 수제담배를 피우며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다하여 주님께 기도하였습니다.
그러면 나는 아니, 저는 아주 잘난 사람인 것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칠 때 어떻게 기도할까요? 특히 예수님께서 세 번째 넘어 지셨을 때 어떤 기도를 우리가 할까요? "오, 주님, 저와 윤광로 요셉 어르신이 죄에 넘어 쓰러지더라도 용기를 내어 다시 일어서게 하소서...!"
한 천주교신자이자 그리스도인 중의 한 작은 자로서 윤승환 사도 요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