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산책 2.
저녁 늦게까지 글을 쓰고 나간 동네 아파트 상가
불은 켜져 있는데 사람은 없다.
한 쌍의 남녀가 들어와서 무인 판매기에서 커피를 뽑는다.
나는 다가가서 이야기를 건넨다.
두 사람은 친구요 아니면 부부요.
부부입니다.
제가 중학교 때 사고쳐서 일찍 결혼을 했어요.
그래요. 그럴 수도 있지. 나는 54세 먹은 노총각이라오.
아직은 결혼할 마음은 별로 없지 제가 여러분만한 나이에 결혼을 했으면 요만한 손주 아이가 있겠는데.
잠시 기다리는데 자매님이 웃는다. 자신의 남자에게 미친 놈 하면서.
어, 부부가 아닌 것 같은데. 잠시 생각을 해 보았으나 왠지 악의는 없는 것 같다.
나는 서원은 아니지만 원의를 세운 바가 있어서 아직 결혼을 안 했어요.
둘은 가고 나만 남아 머문다. 아이스 카페 라테 2,800짜리를 한 번에 비웠다.
밖에는 밤매미 밤벌레 소리가 요란하다. 여름이 맞기는 하나 보다.
세상은 요지경이라는데 뭐 좋은 일은 없을까? 잠시 생각해 보다 카페 밖으로 나와서 쓰레기를 줍는다.
밤이 깊어 새벽이 다 되었다. 벌써 이렇게 되었나. 가서 이불 펴고 자야지.
어디선가 저 멀리 막 태어난 아이가 우렁찬 첫울음을 떠뜨리고 있는 것 같다.
한 천주교신자이자 그리스도인 중의 한 작은 자로서 윤승환 사도 요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