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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작년부터 단골로 삼아야 하였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주 들리지 않은 국밥집이 있었습니다. 나이가 많은 할머니가 운영하던 곳인데 음식맛이 아주 일품이었습니다. 한 가지 흠이라면 조금 호젓한 곳에 있어서 인지도가 떨어져서 사람들이 자주 찾지 않는다는 것이 흠이었습니다. 그분은 제가 갈 때 마다 반찬을 덤으로 주고는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저도 속물인지 왠지 자주 찾지 않게 되더란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들렸을 때 할머니는 음식을 차려 주시고 나서 의자에 앉아서 길게 한숨을 쉬시고 계셨습니다. 무슨 고민이 있으실까? 돌아가신 할아버님에 대한 그리움일까? 저는 나름 대로 추리를 하여 보았지만 그 속을 어찌 알겠습니

까? "총각 많이 먹어...!" 나이 53세에 총각이라뇨? 저는 웃었습니다. 그래도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연거푸 맛이 있다면 음식맛을 칭찬하였습니다. 나중에 들렸을 때 할머니 아니 그 가게는 없었고 프랜차이즈 영업점이 개업을 준비하느라 공사를 멋드러지게 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그분은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오늘, 인터넷 뉴스를 보니 다시 하나가 된 교황이라는 글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일컸는 말이겠지요...! 베네딕토 교황님의 관을 잡고 슬퍼하는 교황님, 이제 정말 한 분밖에 남지 않았구나 하니까 잠시 만감이 교차하였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잃어버린 것에 대한 향수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교황께서 많이 외로우실 것입니다. 하긴 그러한 것이 바로 교황님들이 겪는 숙명인지도 모릅니다. 배네딕토 16세 교황님과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같이 계셨던 시기는 우리들 신자뿐만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의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저도 이제 하나의 아저씨가 되갑니다. 교황님이 느끼셨던 감정이나 그 국밥집 할머니가 느끼셨던 감정이나 크게 차이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나 교회는 이 세상 끝까지 존재해야 하고 복음을 선포해야 하고 성사를 집전하여야 하고 공동선과 사회 정의의 실현을 위하여 노력을 해야 합니다. 오늘 저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는 다시 본당에 들리고 그곳에서 기도하고 나서 PCR검사를 받으러 보건소에 갈 것입니다.


인간은 추억 속에만 사는 존재는 아닙니다. 그래서 그 국밥집 할머니와 오늘 보게 된 교황님의 이야기가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갑니다. 그리고 또 살게 될 것입니다. 우리를 헤어지게 하는 것은 죽음도 그리고 질병도 아닌 사랑의 부재, 하느님의 부재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아마도 이 말의 의미를 알며 마음속에 촛불을 켜듯이 희망을 켜고 살아갈 것입니다. 사라져 버린 할머니를 추억하며 돌아가신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을 다시금 애도하며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영육 간의 건강을 위하여 기도해 봅니다. 좋은 하루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한 천주교신자이자 그리스도인 중의 작은 자로서 윤승환 사도 요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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