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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나이가 들어 감에 따라 욕심이 줄어든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서서히 세상의 일들이 귀찮아지기 시작한다는데 저는 그렇지 않으니 다행입니다.


그리고 이제 올해로 53살, 지천명의 나이를 훨씬 지난 나이에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하지만, 지천명은 무슨, 제 자신의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아직 저 때문에 시집도 가지 못하고 그럭저럭 살고 있는 누님들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밥도 가급적 상을 준비할 때 수저와 젓가락을 챙겨 놓아야 하는데 그것은 제 몫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누님들이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적당히 게으르고 적당히 털털하고 적당히 눈치보고 사는 삶이란 그렇게 팍팍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설명절에 저희는 지방을 씁니다. 이것은 천주교인으로는 안 되는 일입니다. 하긴 관대한 신부님들은 뭐 그런 것에 집착을 하느냐고 이야기를 하시겠지만 저에게는 마음이 걸리는 일입니다. 특히 저희집은 원래 종가집은 아니더라도 양반, 사족의 일부분이라고 자부하고 저도 장손이어서 종교가 다르신 어르신들이나 누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업어서 조금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러한 지방과 제사상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저와 저의 동생의 몫입니다.



아침에 저는 잠시 어머님과 아버님을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두 분 다 일찍 돌아들 가셔서 저는 마음이 조금 가라앉을 때가 있거나 그분들 생각에 기분이 짠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도 아버지가 될 나이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그리 나이를 헛먹지 않았다는 안도감도 있습니다. 하늘이 내린 효자는 아니지만 천상효자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 저로서는 이제 두 분 앞의 묘소에 설 때와 제2의 고향 장수를 찾아가 옛집터와 장수 성당에 갈 때는 마음이 조금 무거워집니다.


날씨가 제법 차갑습니다. 가족들과 친지들에게 많은 것을 해준 적은 없지만 그래도 신자 생활을 하면서 나눔과 베품의 미덕은 잊지 않았고 주일 미사 전에 단돈 5천원, 만원이라도 감사예물을 바찬 것이 꽤 많아서 저는 그래도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제 미사를 가야 할 때 미사를 드리면서 이제 설에 올 동생들과 의형제들을 생각합니다. 그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설명절을 잘들 보내기를 바라봅니다. 특히 이제 저의 동생이 설에 저의 집에 온다고 하니 마음이 확 트이는 느낌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나와 다른 길을 걸어서 아버님, 어머님께 걱정이었던 저의 동생은 이제 저의 집에서 조금 떨어진 동네에서 의형제인 홍식이와 오손도손 잘 살고 있습니다.


하늘에 감사하고 이웃에 고마워하고 형제, 자매에게 잘 대하는 것이 충효의 근본이라는데 저는 이제 어떤 길을 가야할지를 어느 정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임인년 새해가 밝아 옵니다. 다들 좋은 하루 하루 되심을 기도하며 사랑으로 오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주님은 찬미 받으소서, 주님의 어머니 동정 마리아와 요셉 성인의 이름은 찬미 받으소서. 아멘...!



한 천주교신자이며 그리스도인이자 장애인 활동가로서 윤승환 사도 요한 올림.


윤승환

2022.01.30 18:41:46
*.69.194.26

사람에게는 두 가지 눈과 두 가지 마음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눈과 하느님의 마음, 그리고 인간의 눈과 인간의 마음이 바로 그것입니다. 두 가지를 잘 써야 제대로 사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앞에서 한 바 있습니다. 두 눈과 두 마음을 다 잘 쓰시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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