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저녁의 산책에 나섰다.
밖은 추석 연휴로 바쁜듯하면서도 조용하다.
나를 반겨주는 경비 아저씨의 얼굴
그 안에 한 줄기 웃음의 태양이 비춘다.
밖으로 나온지 40분째 잠시 쉬면서
나는 지금도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 세상의 어두움을 보면서
과연 나 자신이 얼마나 삶에
충실했는가를 묻지 않을 수밖에 없다.
경비실의 아저씨께서는 이제 불을 끄셨다.
낮 동안 아침부터 고생하셨으니 쉬셔야지
나도 잠시 담배에 불을 붙인 후
가만히 삶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덕분에 잘 있고 덕분에 감사하다.
그리고 나는 이어서 나 자신도
잠시 성찰할 시간을 가진다.
그런데 문득 생각한다.
이 정도로 충분한 것인가?
형, 누나와 싸웠어요.
그리고 저는 코로나-19 때문에
미치겠어요. 고향에 내려갈까 어떨까
망설이고 있어요. 갑자기 세상이 싫어요.
전화에 대고 하소연하는 최승환 아우의 말투.
그래 이해한다. 나도 피곤하다.
내가 코로나-19 같고 확진자 같다.
그리고 기도와 살핌과 응원과 작은 나눔밖에
할 게 별로 없는 나 자신이 한심하다.
이것밖에 안 되나 나도 별 수 없나
담배를 끄고 다시 가게에 들려서
비싸지 않은 음료수를 몇 개 샀다.
하나는 내가 마시고 나머지는
음식점 아주머니에게 주었다.
고맙다고 웃는 그 얼굴의 미소
사실은 내가 더 고맙다.
버티고 계셨구나 지지 않셨구나.
서서히 몸을 움직여 이곳 저곳 살핀다.
담배 꽁초와 흘린 쓰레기를 주워서
휴지통에 넣고 나서 다시 경비실에 가서
불꺼진 경비실의 문 앞에 음료수를 넣어 두었다.
아침에 드시겠지 아마 난 줄 알겠지.
그리고 돌아서서 잠시 화살 기도를 바친다.
하늘을 본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하늘에 보이는 것 같다. 그 선혈이 우리와 함께 있다.
주님 언제입니까 주님 언제입니까
낮은 대로 임하소서 저희를 버리지 마소서.
도처에서 울리는 기도의 소리
나는 과연 얼마나 그런 기도를 드렸었나
들려 오는 소리 걱정마라 걱정마라
나는 이미 너의 안에 있고 너는 내 안에 있다.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고 했는데
외람되게도 나는 그 날이
언제일지를 알 것 같다.
혹 내가 하늘로 가게 되면
그리스도께서 오지 않으실까
생각한다. 망상일까 아니면 깨달음일까?
그리고 그 이야기를 되새겨 본다.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알 수 없다."
- 2021년 9월 18일 새벽.
한 천주교신자 윤승환 사도 요한 올림.
태초에 나무가 있었다.
-전북 장수의 옛집과 장수 성당에 다녀 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