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slider01 slider02 slider03 slider04
해외한인형제회

사부님과 함께(집시의 기도)

조회 수 20500 추천 수 0 2010.05.24 01:24:30
둥지를 잃은 집시에게는/ 찾아오는 밤이 두렵다/ 타인이 보는 석양의 아름다움도/
집시에게는 두려움과 그림자일 뿐....../
한때는 천방지축으로 일에 미쳐/ 하루 해가 아쉬웠는데/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사랑이란 이름의 띠로 매였던/ 피붙이들은 이산의 파편이 되어/ 가슴 저미는 회한을
안긴다/
굶어 죽어도 얻어먹는 한술 밥은/ 결코 사양하겠노라 이를 깨물던/ 그 오기도 일곱
끼니의 굶주림 앞에 무너지고/
무료급식소 대열에 서서....../ 행여 아는 이 조우할까 조바심하며/ 날짜 지난 신문지로
얼굴 숨기며/ 아려오는 가슴을 안고 숟가락 들고/ 목이 메는 아픔으로 한 끼니를 만난다/
그 많던 술 친구도/ 그렇게도 갈 곳이 많았던 만남들도/ 인생을 강등당한 나에게/
이제는 아무도 없다/
밤이 두려운 것은 어린아이만이 아니다/ 50평생의 끝자리에서/ 잠자리를 걱정하며/
석촌공원 긴 의자에 맥없이 앉으니/ 만감의 상념이 눈앞에서 춤을 춘다/ 뒤엉킨 실타래
처럼/ 난마의 세월들....../
깡소주를 벗 삼아 물 마시듯 벌컥대고/ 수치심 잃어버린 육신을/ 아무데나 눕힌다/
빨랫줄 서너 발 철물점에 사서/ 쳥계산 소나무에 걸고/ 비겁의 생을 마감하자니/ 눈물을
찍어내는 지어미와 두 아이가 "안돼, 아빠! 안돼" 한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해야지/ 교만도 없고, 자랑도 없고/ 그저 주어진 생을 걸어가야지/
내달리다 넘어지지 말고/ 편하다고 주저앉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그날의 아름다움을 위해/
걸어가야지....../
걸어가야지....../

위의 시, '집시의 기도'는 1998년 사업에 망하고 노숙인으로 전락한 장금(1949년생)씨가
노숙하는 신세를 한탄하다 '다시 일어서겠다'고 다짐하는 내용으로 노숙인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시입니다.
장씨는 작년 2009년 6월1일 부천 대성병원에서 숨을 거뒀고 '무연고 시신'으로 처리돼
벽제화장터로 갔다고 합니다.
평소에 나는 절대로 노숙인이 될 수 없는 사람인양 교만한 마음을 갖고 살다가 이 시를 읽고
나서 나도 자칫하면 노숙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더욱이 프란치스칸이라면 남이 겪는 불행도 내 것처럼 생각하여 도와주려고 노력해야겠지요.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
이다(마태 25,40)."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성이름 날짜 조회 수
303 캐나다 켈거리메리형제회 유기서약식 file [4] Agnes 2010-10-22 31334
302 이북평양 장충성당 file [7] Agnes 2010-10-22 36269
301 토론토 평화의 작은 이들 9월 소식지 file 야고보 2010-10-21 22061
300 사부님과 함께(웃음-하느님의 은총) 하상바오로 2010-10-17 21849
299 토론토 평화의 작은 이들 8월 소식지 file 야고보 2010-09-17 22239
298 사부님과 함께(명의 편작) 하상바오로 2010-09-14 21814
297 사부님과 함께(좋은 친구를 가리는 방법) 하상바오로 2010-08-31 21110
296 토론토 평화의 작은 이들 7월 소식지 file 야고보 2010-08-23 18409
295 사부님과 함께(첫 미사의 감격) 하상바오로 2010-08-17 21369
294 사부님과 함께(신자들의 4대 희생) 하상바오로 2010-08-05 21274
293 사부님과 함께(나는 기다리지 않으리라) 하상바오로 2010-07-22 21533
292 신임 평의회원 [1] 로사리아 2010-07-17 17544
291 사부님과 함께(연애하듯 삶을 살아라) 하상바오로 2010-07-14 20670
290 사부님과 함께(예수님께서 골프를 치시다) 하상바오로 2010-07-08 20600
289 토론토 평화의 작은 이들 6월 소식지 file 야고보 2010-07-05 17863
288 사부님과 함께(무엇을 두려워 하겠습니까?) 하상바오로 2010-06-25 21851
287 사부님과 함께(부족함과 행복) 하상바오로 2010-06-02 21566
286 토론토 평화의 작은 이들 5월 소식지 file 야고보 2010-06-02 21594
» 사부님과 함께(집시의 기도) 하상바오로 2010-05-24 20500
284 사부님과 함께(단지 15분) 하상바오로 2010-05-20 21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