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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평화와 선


먼저 성탄, 우리 재속프란치스칸들과 함께 기뻐합니다. 늘 아기 예수님과 복된 나날 되시길 빕니다.


오늘 제가 정동 수도원 수호자 고계영 바오로 신부님의 부탁을 받았습니다. 즉 우리 회원님들께 감사 편지를 이 사이트에 올려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고 바오로 신부님과 정동 수도원 형제들의 감사의 글을 여기에 대신 올립니다.


성탄을 맞아 재속 프란치스코회 형제 자매님들께 감사드리며

   지금 창문 밖에는 흰눈이 흩날리고 있습니다. 저는 새하얀 눈만 보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어지고 옛 시절로 돌아가 소년이 되는 기분이 듭니다. 가난한 시골에서 자랐던 제게는 눈과 얽힌 아름다운 추억들이 많아 눈이 내리는 날에는 곧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상념에 젖어들곤 하지요. 오늘은 마음속에 머무는 그리운 이와 사랑의 신비를 속삭이며 잠시라도 걸었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요즘 저는 ‘우주’라는 신비의 학교에 입학해서 사랑을 새롭게 배우고 있습니다. 생생하게 펼쳐지는 사랑의 신비 앞에서 이따금씩 온몸으로 전율을 느낍니다.


   지금 서울 예술의 전당 디자인 미술관에는 작열하는 해바라기의 작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그림이 60여 점 전시되어 있습니다. 제가 몹시 사랑하는 화가라서, 바쁜 가운데 시간을 쪼개어 잠시 들렀다 고흐가 관상했던 생명의 신비를 바라보고는 우주를 휘감고 소용돌이치는 생명의 신비에 휘말려 저도 모르게 깊은 명상에 젖어 들었습니다. 


  1853년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정신 질환을 앓다 1890년 세상을 떠난 반 고흐는 생명의 신비에 미쳐 소천(召天)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때는 성직자가 되고자 신학을 공부했었고, 곧 복음전도사가 되기 위해 길을 바꾸었으나, 교회와의 충돌로 전도사 임명을 받지 못했던 그는 가난한 사람들과 똑같은 생활을 하다 복음적 열정에 사로잡혀 모든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빈털터리가 되고 믿음마저 잃어버린 절망 속에서 고흐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일생 그림을 단 한 점밖에 팔지 못했던 그는 살아생전에는 인정을 받지 못해 가난과 씨름하다 생애를 마친 가엾은 화가지만, 그가 남긴 그림에는 생명의 신비가 꿈틀거리고 있어 이제는 만물 안에 숨겨져 있는 하느님의 신비를 화폭에 담아낸 신비가로 재평가 되고 있습니다.


   고흐의 대표적인 작품 중의 하나는 「별이 빛나는 밤에」로, 이 그림은 정동 교육회관 3층과 4층 사이의 계단 벽에도 걸려 있습니다. 별이든, 구름이든, 밤하늘이든, 또는 나무든, 산이든, 들이든, 집이든, 모든 사물들이 소용돌이치며 생동감 있게 움직이고 있어, 그림 전체에 생명의 신비가 역동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습니다. 고흐의 이 그림에서 온 우주는 생명의 신비를 중심으로 조화를 이루며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우주에 흐르는 생명의 신비를 고흐만큼 감동적으로 표현한 화가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지금 창문 밖에는 고흐의 그림처럼 눈이 휘날리고 있습니다. 힘차게 솟구치듯 쏟아지는 눈송이들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생명으로 다가옵니다. 신비신학의 왕자 보나벤투라에 의하면,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을 선포하는 ‘하느님의 책’입니다. 이번 성탄에는 이 하느님의 살아 있는 책을 통하여 우주 안에 살아 계신 그리스도의 신비가 우리들의 마음 안에 육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12년 성탄을 맞이하며, 그동안 재속 프란치스코회 형제 자매님들께 특별히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늘 한 가족으로 저희 형제들을 사랑해주시고, 좋은 일이든 궂은일이든 마다하지 않고 언제든지 달려오셔서 생사고락을 함께 해주신 형제 자매님들께 저희들은 늘 마음속으로 깊이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재속 프란치스코회 형제 자매님들의 헌신적인 희생과 봉사, 아낌없는 나눔과 봉헌 덕분으로 저희들은 작은 형제로서 보다 더 충실히 프란치스칸 정신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교회는 초기부터 형제 자매님들의 이러한 희생과 봉사, 나눔과 봉헌을 녹색 순교라 부르며 십자가의 신비에 참여하는 또 하나의 길로 가르쳐 왔습니다. 고귀한 녹색 순교를 통하여 형제 자매님들의 소중한 피땀을 저희들에게 쏟아주신 프란치스칸적 사랑에 대하여 이번 성탄을 맞아 저희들의 감사어린 마음을 전해드리며, 그리스도의 신비가 형제 자매님들과 가정 안에 육화하시기를 기도드리고, 하느님의 은총과 성 프란치스코의 축복 속에 새해를 맞이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12년 12월 7일

작은형제회 정동수도원 형제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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