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 기념일이자 제 54번째 생일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지상에서 33년을 살았다고 하는데 저는 그보다 21년을 더 살았으니 많이 산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여우도 굴이 있다고 하며 머리를 둘 곳 조차 없다고 하는데 저는 그래도 큰방 하나와 작은방 하나가 딸리고 부엌 겸 거실이 있고 화장실이 있는 임대아파트에서 지낼 수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그리고 건강도 아주 좋지는 못하나 가끔씩 아픈 덕에 건강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가 있으니 이것도 행복입니다.
새벽에 이렇게 일어나서 형제, 자매들과 글을 공유할 수 있으니 이또한 기쁨입니다.
그리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나 베네딕토 교황님, 그리고 현재 교황이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같은 시대에 살았고 살고 있으니 이것도 분에 넘치는 영광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김수환 추기경님과 정진석 추기경님, 염수정 추기경님과 유흥식 추기경님과 같은 우리나라 추기경님 네 분과도 동시대를 살았으니 이는 또한 말할 수 없는 기쁨입니다.
식사를 좋건 나쁘건 맛있는 음식이건 아니건 세 끼를 제때에 할 수 있으니 이것도 분에 넘치는 영광인 것이지요.
우리는 가난한 교회 가난한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지만 그래도 주일 미사를 빠지지 않고 드리고 언제나 어디서나 기도할 수가 있으니 이또한 다행인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 하느님 뜻이요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 뜻이라는 김수환 추기경님과 정진석 추기경님과 같은 훌륭한 어르신들과 같이 가르침과 나눔을 같이 할 수 있었다는 것도 행복한 것입니다.
문득 새벽 하늘을 바라보며 드리는 기도가 헛된 것이 아니며 탁덕들의 가르침 대로 나의 기도가 아니 우리의 기도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그들의 가르침을 알고 믿기에 나는 아니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인지도 모릅니다.
오늘로서 저는 54년 동안 지상에서의 행복한 삶을 살았습니다. 내일이면 또 어떨까요? 내일이면 그것을 알 수가 있을테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한 장애인 활동가이자 바리스타로서 윤승환 사도 요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