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로 나가기 위해 길을 가다가
구석에서 쉬고 있는 길냥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짧은 인사말로 야옹 하며 반갑게 인사한다.
나는 웃으며 다가가 녀석에게 고맙다고 라고 인사하고 싶었는데
녀석은 숫기가 없는지 재빨리 수풀 속으로 사라진다.
이 동네 화성으로 이사한지도 어언 30년이 넘어서 어느덧 제2의 고향 제3의 고향이 되어가는데
나도 숫기가 없어서인지 본당 신자들과 아는 친구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하여 아는 바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별빛이 보일락 말락하고
아까 그 길냥이는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길냥아, 너는 어디에 있니? 나보다도 네가 더 심난한지가 궁금하구나.
기후위기 때문에 북극이 다 사라진다고 하는데
네 친구 북극곰은 살기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숨쉬기도 어렵겠구나.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어서 자신들의 무덤을 파는지도 모르고
우리 곁에 살고 있는 너희들을 빨리 사라지라고 푸닥거리를 하는지도 모르고
또 자신들의 미래도 모르고 또 바보짓을 한다.
나는 천주교신자라서 환생을 믿지 않지만
너는 죽어서 제발 영악한 인간도 그리고 불쌍한 길냥이도 말고
그저 한 포기의 군자란이나 다른 고마운 식물들 중 하나로 태어나렴.
늦은 여름밤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너를 다시금 생각해 본다.
가로등 빛나는 한 길에서 수풀 속으로 사라진 길냥이 너의 체취를 느끼며 잠시 발걸음을 멈추어 본다.
한 천주교신자이자 그리스도인 중의 한 작은 자로서 윤승환 사도 요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