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산책(또는 팍스 보비스쿰).
글쓴 이->우주인.
빗속을 걸어서 집에서 약간 멀리 떨어진 편의점까지 걸었습니다.
아는 동네 아주머니, 아니 자매님.
아침에도 시큰둥하신 표정이었는데도 지금도 뭐가 성에 차지 않았는지 인사도 채 받지 않으십니다.
저멀리 라이트를 켜고 오가는 자동차들, 어느덧 시각은 7시가 넘어 초저녁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평안하게 느끼며 살고 있는지가 내심 고민이 됩니다.
길냥이 울음 소리라도 댕댕이 짖는 소리라도 듣고 싶은 저녁 이 마음을 몰라 주는 세상.
새들은 날개를 적시기가 아까워서 인지 어디론가 숨어 버렸고 차는 계속 다닙니다.
무알콜 맥주를 사서 가볍게 한 잔 하려고 했는데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비는 자꾸만 내립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새로운 국민의 나라, 온갖 좋은 이즘이 난무하는 세상, 하늘은 아시련만.
어느덧 신호등의 불빛이 짙어지고 마시지도 않은 맥주에 도수가 높아서 인지 어질어질해질 것만 같은 초저녁.
저멀리 한 개신교 교회의 네온 십자가는 찬란하면서도 은은한 빛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작은 지구라는 별에서 또 하루를 보내고 맞고 있습니다.
조용히 십자성호를 바치고 주모경을 한 번 하고는 맥주를 마십니다.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화평을 위하여 노력해야 하는 사람들은 마땅히 행복해야 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아 애가 가끔씩 타나 봅니다.
좋은 저녁 맞으십시오. 여러분들. 팍스 보비스쿰.
한 천주교신자이자 그리스도인 중의 한 작은 자로서 윤승환 사도 요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