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저녁 한 마리 댕댕이와 한 자매님.
윤승환 사도 요한
한 마리 검은 댕댕이와 앳된 자매님이 길을 나선다.
한 줄기 가로등 빛이 그들을 인도한다.
나는 멀리 떨어져서 그들을 구경만 하고 있었다.
아니, 마치 희귀동물을 보듯이 그들의 가는 길 쪽을 보고만 있다.
한 가을 날씨는 점점 추워지는데 여기 저기 안 좋은 소식이 들린다.
럼피스킨병,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아직 끝나지 않은 우크라이나 전쟁.
그러나, 이 모든 것들보다 마음이 아픈 것은 사람들 마음속에 사랑이 사라져 가는 것.
그러면 정작 나는 어떨까? 늘 고백하는 것이 바로 이 하나.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제대로 균형을 이루며 실천하지 못했다.
세상에 지천명의 나이를 훨 지났는데 아직도 그렇다니.
하긴 나의 양심은 말한다.
"그런 고백을 할 수 있다니 그래도 양심적이세요. 하하."
차들이 지나간다. 빨리 집으로 들어가기 전 기도를 다시 바쳐야겠다.
저 검은 댕댕이와 그 자매님들도 할 이야기가 많은지도 모른다.
나의 이야기는 그들을 잠시 잡아둘 수 있을 뿐.
하늘에 잠시 보이는 별인지 인공위성인지 하나 나의 시선을 붙잡는다.
나는 이 순간만은 정직하다. 그 둘이 걱정된다.
주여, 그들의 밤길을 태양빛이 아닌 가로등빛이라도 비춰주게 하소서. 아멘.
한 천주교신자이자 그리스도인 중의 한 작은 자로서 윤승환 사도 요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