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림한 길냥이 가족.
윤승환 사도 요한.
우리 본당은 공원과 가까워서 여기 저기 야생 동물들이 오기도 한다.
장지뱀, 산토끼, 그리고 작은 고라니까지 오기도 하고
뱀딸기 산딸기 그 밖의 잡풀들과 멋진 정원이 작은 본당을 감싸고 있다.
그 중 당연한 터줏대감 길냥이 가족 그들이 얄밉지 않다.
어미 길냥이가 새끼 네 마리를 돌보다가 그 중 하나를 잃었고
얼마 전에는 남은 아기 길냥이 두 마리가 서로 아는 체를 하고 영역을 다투더니
이제는 새끼 한 마리가 낮에도 밤에도 보초를 서며 성당 지기 노릇을 한다.
여기 저기 뛰어다니기도 하고 주차되어 있는 차 아래로 들어가기도 한다.
어미는 어디로 갔을까? 분봉왕이 된 새끼 길냥이는 가끔씩 여기 저기 뛰어다니기도 하고
자신만의 영역에서 밀림의 임금 호랑이 흉내를 내기도 한다.
신부님도 사무장님도 관리장님도 어쩌지 못하는 권력을 휘두르며
당당히 터줏대감 노릇을 당차게 하고 있다. 귀엽다.
길냥아, 너도 길냥이가 되기 위해서 난 것은 아니겠지.
길냥아, 아마도 우리 사회의 난민들처럼 너도 우리 곁에 익숙해졌구나.
길냥아, 이 야심한 시각에 너는 어디서 몸을 녹이고 있니?
길냥아, 예수님도 난민이셨다는데 너는 어떤 폭군을 피해서 여기에 온 거니?
길냥아, 인간들이 저지르는 죄는 드디어 하늘을 찔러 너희들의 삶조차 방해하는구나.
길냥아, 우리를 용서하렴. 아마 지구의 옛적 지배자들은 너희들이었을 테지.
길냥아, 이 밤 어느날 문득 어른이 되어 버린 나를 생각을 하며,
길냥아, 모두를 대신하여 기도해 본다. 얼어죽지 말고 겨울을 나거라. 아멘.
한 천주교신자이자 그리스도인 중의 한 작은 자로서 윤승환 사도 요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