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집을 나서서 아파트 상가에 가 보았습니다. 텅빈 선술집에서는 어느덧 새벽부터 불이 밝혀지고 어제를 공친 주인 아저씨와 친구들이 작은 해장술을 하고 있었습니다.
바닥에 널려 있던 쓰레기들을 줍고 나서 사람들이 혹 지나가나 살핀 후 주저앉아서 무인가게에서 산 1,800원 짜리 커피로 잠을 쫓았습니다.
밖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던 장발의 근처 편의점 직원이 저의 눈치를 봅니다. 저 손님이 편의점에 들어 오면 담배를 끄고 들어가야 하는데 하는 무언의 시위로서 보입니다.
날지난 보름달에 가까운 달이 떠 있는데 저는 웃으며 달님과 인사합니다. 하긴 아까 수제담배를 피우면서도 보았던 동그렇게 아직은 추석 한가위를 갓지난 달입니다.
길냥이 한 마리 댕댕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사람들은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려고 합니다. 한 할아버지는 벌써부터 지팡이를 짚고 걸어서 아침 운동에 나섭니다. 나는 과연 지금 어떤 도움을 누구에게 주고 있는가 다시 한 번 생각하여 봅니다.
이제 52, 저의 인생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나는 지금도 지상의 나그네인 교회의 지상의 순례자입니다. 그리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직장의 모임에 참여하겠지요...!
나도 아니, 저도 어제와 같습니다. 그것이 어제와 같이 저의 마음을 기쁘게 하면서도 동시에 약간 애처롭게 만듭니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나는 또 새로운 길을 걸어서 사람들과 만나고 기도하고 인사하고 살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당장은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한 천주교신자이자 그리스도인 중의 한 작은 자로서 윤승환 사도 요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