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한 나이든 신자분이 성당 교중미사 때 제 옆자리에 와서 앉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 제가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명동성당에서 김수환 추기경님 때 총회장하던 사람입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작은 묵주 하나를 내밀었고 제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 묵주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때 이후로 명동에 다시 자주 갔습니다. 그러나, 오래 머물지는 않았습니다. 2주 전에 다시 명동성당에 갔었습니다. 수녀님들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 신부님들까지도 고개를 숙이는 것 같았습니다.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의 흉상에 절을 하고 나서 그곳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조용히 제 뜻과 생각을 전한 뒤 저는 내려와서 조용히 정호승 시인의 [명동성당]이라는 시가 적힌 시비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다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 때에 평화방송 앞을 지나가면서 나는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아마 자격지심인지는 몰라도 이렇게 말하는 것, 아니 고백하는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당신이 떠나신 뒤에야 당신이 천사였던 줄 알았습니다."
이제는 진한 추억과 경험이 남아 있는 명동 저는 그곳에서 만 13년을 봉사하였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오기 1년 6개월 전 명동을 떠났습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하느님의 사람인지 모르고 지낼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공의는 항상 정확히 이루어집니다.
자신이 하느님의 사람인지 악마의 변호인인지는 자신이 잘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가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과 김수환 추기경님과 정진석 추기경님 그리고 그 뒤를 이으신 염수정 추기경님과 얼마전 서울대교구장이 되신 정순택 대주교님을 추억하고 기억하며 이 저녁 이 글을 씁니다.
가을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다들 영적 육적 혼적으로 건강들 하시고 좋은 저녁들 되시기를 바랍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한 천주교신자이자 그리스도인 중의 한 작은 자로서 윤승환 사도 요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