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공기를 가르며.
저멀리서 길냥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너도 새벽에 잠을 깼느냐, 길냥아?
아직 새벽이잖니, 더 자렴.
밖은 아직도 어둠이 머물고 우리들의 꿈을 이루기는 아득한데
이 지상에는 너와 나만 남아 있는 것 같구나.
절망도 희망도 이 어둠을 어쩌지 못하는 새벽.
해뜨기만을 기다리는 우리 처절한 인간군상들.
너는 그들도 동행하고자하는 내 마음을 모르지는 않겠지.
너에게 죄가 있다면 고양이로 태어난 죄.
나는 솔직히 네가 부럽기 조차 하구나.
그래,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하고 길냥이는 길냥이답게 살아야지.
저멀리 도심의 불빛들이 빛나는 이 야심한 시간 너는 무슨 생각을 하니?
이제 나도 잠시 고개를 숙이고 나와 같은 죄인들을 이해하련다.
너도 잠시 수풀 한 구석이라도 자리잡고 한데잠이라도 청하렴.
나도 잠시 이 무인가게에 앉아서 싸구려 커피라도 한 잔하며 보약같은 커피라도 마시련다.
그 사이에 어둠은 걷히고 새날이 밝아올 것이다. 이제 너도 잠시 쉬렴.
한 천주교신자이자 그리스도인 중의 한 작은 자로서 윤승환 사도 요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