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은 임대 아파트 단지 안에 위치하고 있어서 아담하지만 풍광은 좋습니다. 요즘은 불면증인지 저는 새벽에 자주 깹니다. 그러면 두말없이 산책에 나서서 근처의 편의점이 위치한 상가 건물이 있는 곳까지 걷습니다. 도중에 담배도 피우기도 하고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 받기도 합니다.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씩 반려견, 반려묘를 거느린 사람들과 만납니다. 이것도 흥미있는 일입니다. 사실 우리들은 대부분 남들과의 친밀한 때로는 덜 친밀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지만 그것들을 인식하는 것은 쉽지가 않은 일입니다. 솔직히 저부터도 그렇습니다. 사람이 빵만으로 사는 것도 아니지만 빵이 없어도 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서 사람들은 대부분 삶의 무게에 짓눌려 소중한 것들을 놓지고 삽니다. 저라도 예외는 없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직장에서 사람들은 일하며 돈을 법니다. 그것으로 족한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삶에 길들여져 살다 보면 인간이 점점 몰개성적인 존재로 바뀌어져 갑니다.그 누구도 예외는 없을 것입니다. 새벽에 산책을 나가다 한 곳에서 수제담배를 피우는 "낭만 아닌 낭만"(?)에 젖어 있다보면 불청객 모기에게 뜯기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흡혈귀 선생들은 정말 시도 때도 없이 사람들을 귀찮게 합니다.
사람들이 근처의 무인가게에서 커피나 아이스크림, 과자와 안주나 다른 주전부리를 사는 것을 보며 그리고 저도 그곳에서 쇼핑을 하거나 바로 옆의 무인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합니다. 즐겁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길지는 않습니다. 바로 내일의 근무나 봉사 시간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다 보면 멋쟁이 암길냥이 아가씨도 어여쁜 꼬마숙녀님도 저에게는 시간을 잡아 먹는 불청객일 수도 있습니다.
조용히 성호경을 바치고 지나가는 차들을 보고 마실 것들을 마시다 보면 삶의 피로는 풀리지만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 수제담배를 조용히 비벼 끄고 나서 다시금 어깨를 으쓱하고 집으로 돌아와 기도를 드리고 다시금 잠자리를 정돈하고 눕습니다. 이것으로 끝입니다. 저는 오늘 하루 아니, 다시 말한다면 어제 새벽부터 이 시간까지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내일도 아니, 내일은 새벽에 깨는 일이 없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한 천주교신자이자 그리스도인 중의 한 작은 자로서 윤승환 사도 요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