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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평산마을 입구에서 우리는 난관에 봉착했다. 화장실도 마을버스도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 사저까지 평산 책방 입구까지는 아직도 먼 길이 남아 있었다. 우리는 우선 가까운 편의점에서 싸구려 비닐우산이라도 사서 걸어서라도 가기로 했다. 전직 대통령의 사저 근처인지 경비는 비교적 삼엄하였다. 올라가서 가는 길에 우리는 여러 가지 현수막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그를 옹호하는 마을 주민들의 글도 있었고 그를 간첩이라고 매도하는 이들의 글도 볼 수 있었다. 잠시 숨을 돌려서 그곳을 바라보니 과연 전직 대통령의 사저다웠다.


올라가서 그와 같이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 와중에도 바깥에는 반대 단체들의 외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나는 우리 조의 차례가 되자 다가가서 그와 악수를 나누었다. "진작에 한 번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것뿐이었다. 그 말 외에 무슨 말이 더 필요했을까?" 굳이 덧붙인다면 이렇게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럴 기회를 만들지 못 했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물러 나서 산 길을 터벅터벅 혼자 내려 갔다. 여전히 길은 미끄러웠다. 이어진 평산 책방 방문, 나는 사람이 밀려서 그 안에 들어가지 못 했다. 대신 사진을 휴대 전화로 몇 번 찍을 수가 있었다. 이것도 소중한 삶의 기억으로 남으리라. 그리고 서둘러 방해 단체의 참견을 받아가며 그곳을 빠져 나와 주차장으로 갔다.


그곳에서 도시락을 까 먹고 나서 생수를 마셨다. 다른 때보다 목이 훨씬 말라왔다. 당뇨 때문인가 잠시 생각하며 고개를 휘휘 저으며 웃음이 터져 나왔다. 멀리 평산 마을 전경이 눈에 들어 왔다. 참 잘 지어진 마을이었다. 그가 애써 아직은 강한 모습을 보일 수가 있어서 그리고 아직은 그의 꿈을 버리지 않는 것을 본 것이 다행이면서도 애처로왔다. 그래도 그곳에 길게 머무르는 것은 그와 다른 사람들에게 실례가 될 터, 길게 한숨을 아니, 심호흡을 하며 눈을 감고 성호경을 바치고 그와 그곳 평산마을 주민들을 위한 기도를 드렸다. 버스는 우웅하고 긴 시동 소리를 내며 출발을 했다. 길을 돌아 이제 노무현 대통령의 상가 봉하마을로 가는 길이었다. 잠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비가 서서히 내리고 있었다. 나는 아마도 나중에 다시 오게 될 평산마을 쪽을 바라보며 가만히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그가 건강하시기를 그가 그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게 되기를 비는 마음에서 였다. 날씨는 우중충했으나 내 마음에는 한 줄기 햇살이 비추고 있었다.






한 천주교신자이자 그리스도인 중의 한 작은 자로서 윤승환 사도 요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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