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작은아버지의 집안은 개신교 집안입니다. 그래도 우리 집안은 규모가 크지는 않아도 장손인 저의 아버지를 비롯하여 일가를 이루고 있고 제사도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근년에 와서는 많은 저의 아버지 대의 분들이 돌아가시고 오로지 저의 막내 작은아버지만이 생존하여 계셨습니다. 그 작은아버지께서 숙환으로 별세하셨다는 소식이 들려 왔습니다. 저는 고개를 떨구고 성호경을 바치고 묵주알을 굴렸습니다.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이제 가실 분이 가신 것인데 마음을 가다듬기가 어려웠습니다. 저는 저에게 온 온라인 부고장을 읽고 나서 "소천(선종)을 기원합니다."라는 글에 표시를 했습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서 디스플러스 담배를 사서 한 모금 피웠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했습니다.
지난 번 제사 때 그는 퉁퉁 부은 모습으로 가문의 마지막 윗대로서 할 일을 다했습니다. 저는 그가 이미 한계에 다다른 것임을 직감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를 마주 대할 때 눈을 마주 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분에게 보일까 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애써 감추었습니다.
오늘 행장을 차려 입고 간 그 장소에서 저는 그의 영정 앞에서 고개를 숙여 묵념을 하고 상주들에게 인사하고 숙모님께 위로의 말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따로 저는 국화송이를 바치고 나서 성호경을 바치고 고개를 숙여 기도를 하고 무릎을 꿇고 다시 성호경을 바치고 기도한 후 한참을 그런 자세로 있다가 일어나 역시 성호경을 바치고 기도하고 자리에서 벗어나 다시 숙모님께 인사하였습니다.
아, 왜 그때 나는 사랑한다는 말을 못 하였을까요? 왜 미안하고 죄송스럽다는 말을 못 하였을까요? 저는 가슴을 쳤습니다. 그리고 저는 집에 돌아와서 그분을 기억하며 이 글을 씁니다. 여러분, 사랑합시다. 사랑은 그 모든 것을 덮어 주고도 남습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원하고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이 아닐까 합니다. 마칩니다. 부활 시기의 끝자락이 지나갑니다. 다들 좋은 하루 하루들 되시기를 바랍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추가) 나중에 나타셔서 오열하시는 큰숙모님을 보고 저는 냉수 한 병을 권하며 "그래도 살 사람은 살아야지요...!"하는 상투적인, 제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말을 하고 늦은 점심을 하시기를 권했습니다. 아, 님이시여, 우리는 왜 이렇게 바보 같이 사는지요. 할 말이 없었습니다...!
한 천주교신자이자 그리스도인 중의 한 작은 자로서 윤승환 사도 요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