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스님들을 보면 흔히 새벽 일찍 일어나서 예불을 하고 매우 정확하게 하루를 생활하는 것을 방송이나 사찰 체험에서 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스님들 조차도 날을 정하여 하루 종일 아무런 일들을 하지 않고 소일하는 날이 있습니다. 바로 이 날을 게으름 피우는 날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저녁 때가 되어서 서로 만나서 인사를 하면서 서로에게 이렇게 물어 본다고 합니다. "스님, 오늘을 얼마나 게으르셨습니까...?"
연휴의 첫날 저는 일을 하고 직장에서 대부분의 시간들을 소일하기에 오늘 같은 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나서 쉬는 것이 저의 원래 생각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오늘 하루 스스로에게 "오늘은 불교의 스님들처럼 게으름을 좀 피워야겠다...!' 다짐하고 아침부터 좀 전까지 아무런 일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아니, 제가 산책도 하고 식사도 하고 그리고 오침도 하였기에 제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생각컨데 저는 아침에는 짦은 산첵을 하였고 간단히 점심 식사 뒤 오침을 하고 지금 방금 일어나서 몸을 씻고 사람들과 대화를 하였기에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이 어찌 저만이 즐기는 일이겠습니까? 사실 우리들이 알다시피 화려한 저녁미사를 드린 사람들에게는 저녁 기도가 면제가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봅니다.
밖에는 지금 비가 옵니다. 생각보다는 많이 오지 않습니다. 저는 조금 전에 사람들을 만났다고 이야기를 하였는데 사실은 저의 작은 아파트의 복도의 계단에서 사람들과 같이 담배를 피우고 나서 잠시 이야기한 것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흔히 우리 세대가 말하는 개똥철학이라든가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정도였습니다. 그러고도 시간은 잘 흘러갔습니다.
이제 저는 게으름 피우는 날을 마감하고 동네의 아파트 상가건물에 나가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무인 가게에서 값싼 커피를 한 잔 하겠지요. 술을 잘 마시지 않는 아니 잘 마실 수가 없게 된 저에게는 또 하나의 사치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마도 저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 볼 것입니다. "승환아, 너는 오늘 하루 얼마나 게을렀느냐...?"
이제 여러분들께 불교의 스님들이 말하는 한 가지 화두를 던지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도 이런 날에 스스로에게 그리고 혹 서로에게 물어들 보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좋은 오후입니다. 오늘은 얼마나 게으르셨나요...?" 마칩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한 천주교신자이자 그리스도인 중의 작은 자로서 윤승환 사도 요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