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가 신용보다도 중요합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설을 하루 앞두고 저는 오늘 제법 바쁜 하루를 보냈습니다. 아침 누님이 장을 보아 왔는데 마침 다음의 다섯 가지를 사는 것을 잊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집에서 한 20분을 걸어서 마트에 가서 다음의 다섯 가지를 사오고 있었습니다.
진간장 하나, 돼지불고기용 양념 하나, 김밥용 단무지 하나, 이쑤시개 하나, 갈아 만든 배라는 음료 하나 이렇게 준비를 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 오는데 마침 무인 문구점의 한 모퉁이에서 한 꾸부정한 백발의 할머니가 무엇을 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자동판매기에서 무엇인가 꺼내고 지불하려고 하는데 결제가 되지 않는 것이었던 사정이었습니다. 저는 잠시 길을 멈추고 다가 가서 성호경을 바치고 나서 사정을 들어 본 후 그녀를 도와주려고 하였습니다. 그녀와 저는 한참을 허비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잘 되지 않자 저는 그녀에게 말을 하였습니다. "이 돈을 이 가게 안의 정산하는 장소에 두고 가십시오. 그러면 설령 누가 그냥 가지고 가더라도 할머님의 행동은 기록이 되니까 별 탈이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집에 왔는데 누님과 동생이 한소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저는 많이 늦게 도착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사정을 말하였지만 그들은 별로 믿는 눈치도 또 달가와 하는 눈치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간단히 식사를 한 후 콩나물을 다듬었고 그리고 일은 오후 늦게 거의 저녁 무렵이 되어 끝났습니다. 그리고 동생과 의형제 홍식이는 집으로 돌아 갔습니다.
지금 컴퓨터 앞에서 오늘 하루를 반성하여 봅니다. 제가 잘못한 것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무능하고 정이 많아서 그런 것이지 제가 한 잘못의 변명이 충분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들 같은 신앙인의 경우에는 그럴지는 몰라도 세상 사람들에게는 해당이 안 될 수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누님이나 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는 그러한 전후 사정을 무시하고 무작정 그녀를 상관하지 않고 집으로 왔어야 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순간에 그녀의 헛된 수고를 지나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잘못 하나 저는 돼지불고기용 양념을 사왔는데, 제가 나중에 안 것은 돼지갈비용 양념이어야 하였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제가 한 실수였지만, 저는 그것이 저의 잘못임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것은 누님이 가서 바꿔 오겠다고 하여 문제를 해결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몇 가지 실수 때문에 오늘의 자리는 저를 성토하는 자리가 될 뻔하였습니다.
그래도 밖으로 나가서 오래간만에 수제담배가 아닌, 일반 좋은 담배를 피우면서 생각을 하였습니다. 저는 실수를 하였다고 하여도 제가 나쁜 사람이라는 것은 아니라는 말임을 압니다. 그것이면 되지 않을까요...? 무능이 허언의 변명이 될 수가 없는 세상입니다. 성실이 무능을 대신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기에 우리는 행동을 하는데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지키지도 못 할 약속을 병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흔히 "허언증 환자"(?)와 같다고 하는 소리를 하는 것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우리 사회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사실 아무런 약속을 하지도 않았는데 엉뚱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는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아니, 솔직히 그런 생사람 잡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도 엉뚱하게도 전직 대통령이거나 직업 정치인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그런 사람들과 한통속(?)이라는 "오명, 아니 누명(?)"을 쓴 적이 있습니다. 결국은 저는 그런 말도 그런 약속도 그런 행동도 한 적이 없다는 것이 밝혀져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또 한 가지 그런 사람들을 원망하거나 제가 핑계댈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며 정의는 침몰하지 않습니다. 세월로 사건 때 장애인 활동가들과 시민운동가들이 불렀던 노래의 가사입니다. 그렇습니다. 그것이 빠르면 좋은 일이나 현실이 안타까운 것은, 사실 그것이 그렇게 빠르게 되지 않는다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도 전후 사정을 말한 앞의 이야기에서 제가 말한 것처럼, 저는 누명과 오명을 쓰고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사과하고 망신을 당한 것은 그쪽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에 대한 사과를 받기는 커녕, 비난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에도, 저는 바보스럽기는 해도 아마 착한 사람들 속에 속한 것 같으며, 미련하기는 해도 좋은 놈인 것 같습니다...!^^~
한 천주교신자이자 그리스도인이며 장애인 활동가로서 윤승환 사도 요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