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 길냥이가 골목길을 스쳐 지나간다.
주위에는 아무 것도 없고 오로지 쓰레기 봉투만 가득한데
길냥이는 아무 생각이 없는지 그 길을 지나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밖에는 눈이 내린다.
날씨는 춥다. 겨울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어서 다행인데 길냥이 같은 녀석들이 고생을 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그래 너희들도 먹고 살아야지.
다시 길을 바라본다.
그 길냥이가 지나간 자리로 다른 길냥이가 지나 간다. 그리고 열심히 쓰레기 봉투를 뒤지고 있다.
어, 너는 배고파서 그러니? 아니면 네 취미가 그런 것이니? 알 길이 없다. 녀석은 음식물 봉투를 찢어서 여러 생선뼈 뭉치를 차지한다.
그게 네 전리품이구나. 용하다.
녀석은 한탄하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의기양양하게 그것을 물고 흔들고 제법 기세좋게 사라진다.
나는 그것을 보고 가슴이 아파서 말그대로 가슴을 쳤다. 그리고 길냥이들이 사라진 쪽을 보며 성호경을 바치고 나서 수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래요. 주님.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것은 결국 모두의 잘못이겠죠?
나는 아닙니다. 그 말을 자신있게 못하겠습니다. 녀석들이 제 가슴을 아프게 하는군요. 알 것 같습니다. 녀석들이 제대로 살아가도록 우리가 조금이라도 신경을 써야 하는 건데...!
긴 한숨 위로 눈이 나린다.
나는 한 발 물러서서 그대로 담배를 피우며 서 있다가 문득 앞서의 길냥이 두 마리가 같이 오는 것을 본다. 어, 너희 둘 친구였니?
사이 좋게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사라지는 길냥이 두 마리를 본다. 그리고 나도 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키리에. 키리에. 키리에...!
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이 지구를 오염시키고 파괴하고 나서도 저희가 당신의 뜻을 따라 그랬다고 핑계대지 않게 하소서.
저 두 마리 길냥이들 아니 이 세상 모든 길냥이와 댕댕이들을 봐서라도 그렇게 되지 않게 하소서. 아, 주님이시여. 제발.
키리에 엘레이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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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와 같이 가끔 밤잠을 못 이루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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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천주교신자이자 그리스도인이며 장애인 활동가로서 윤승환 사도 요한 올림.
환경에 대한 관심과 운동은 잦은 원전 사고와 원유 유출로 더욱 촉발되었다. 그리고 코로나와 같은 질병 즉 감염병의 대만연이 결국 인간의 무분별한 자원 파괴에 의한 것이라는 판단은 애처롭게도 틀리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인류는 과연 무언을 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 살펴 보고 판단해 볼 문제인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