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에 갈 일이 있을 때 마다 아버지가 사시던 우체국의 관사를 생각한다.
한 마리의 강아지가 있었지. 검은 털이 윤기 있게 흐르던 검은 흑구.
그 녀석과 나는 별로 친하지 않았었다. 그 때는 내가 아직 어렸을 때니까.
나는 그 때 그 녀석을 쓰다듬지도 그리고 안아 주지도 않았었다.
그리고 그 녀석에 대하여 정을 붙이기 전에 우체국에는 다른 맞수가 많았다.
나를 어르고 귀여워 해주던 교환원 아가씨들. 그리고 도둑고양이였다 잡혀서 우체국 식구가 잠시 된 고양이.
너르지 않은 앞뜰 대신 나는 우체국 옆뜰에 있는 작은 둔덕에 올라가서 놀았다.
그리고 참새와 다른 곤충들을 잡아서 씨름을 시키며 좋아했었다.
그리고 어느날 나는 댕댕이 그 녀석과 기약이 없는 이별을 하였다. 그것도 아주 슬프게.
댕댕이는 약을 먹었고 갑자기 미쳐 날뛰었다. 아마 그 때 마당에 있던 쥐약을 먹었던 걸까?
아니다. 녀석은 아팠다. 꼬리가 잘려서 상처를 입고 나서 치료가 잘못되어 통증이 심해진 것이다.
사람들은 아마도 그 녀석이 광견병에 걸려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을 하였다.
녀석은 결국 읍내를 헤매다 개백정의 손에 걸려서 죽고 말았다. 아버지는 사과하고 읍내는 한동안 떠들썩했다.
나는 그 녀석이 죽은 것보다 내가 그 개를 기른 집의 아들이라는 소리가 한참을 부끄러워 했다.
이제 동물들의 생존권 반려동물의 생명도 소중하다고 이야기가 되는 이 세상에서 너는 어째서 지금 태어나지 않았니?
가끔씩 탄식을 하고는 한다. 그러면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나 우리는 댕댕이나 고양이는 귀여워 하지 않나?
생각컨데 사람이 사는 세상이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것은 인간이라고 하는데 나는 지금 인간 대신 개나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고 사람을 더 사랑하는 것이 맞는가?
가끔씩 어린 시절 아버지의 작은 관사에서 묶여 집을 지키며 밥을 얻어 먹던 네가 생각이 난다. 댕댕아. 저 하늘에서 잘 지내고 있니?
바람이 분다. 마음이 갑자기 차가와진다. 나는 지금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나 보다. 그래 방금 간식을 먹었지. 그래서 그런가 보다 이제 사람들이 참사람으로 대접받는 세상이 되도록 기도하고 그 댕댕이와 길냥이 그리고 잠시 앵무새와 같은 반려동물은 잠시 잊고 살아야겠다. 주님, 제가 잠시 한 눈을 팔았습니다. 무엇이 중한디란 말이 있습니다. 십자고상을 바라보고 기도한다. 평안한 저녁들 되시기를 빕니다. 예수님과 함께 즐거운 주일 되세요. 아멘.
한 천주교신자이자 그리스도인 장애인 활동가 윤승환 사도 요한 올림.
가톨릭 교회의 입장은 동물을 사랑하고 위하는 일체의 행위는 인정되나 동물을 인간보다 중요시하는 입장을 지지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저도 그것에 따르며 여기에 실린 글들은 댕댕이든 길냥이든 절대로 제가 그 입장을 벗어나서 싣고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님을 미리 밝혀둡니다. 아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