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한 마리 길냥이가 길을 잘못 들었는지 내게로 달려 왔다.
그런데 내가 낯설어 보여서일까? 다시 가로등 옆으로 숨어서 숲길로 사라진다.
녀석, 통통하고 얼룩 무늬가 있어서 딱 그 녀석인 줄 알았네.
그나 저나 오래 전에 보았던 그 길냥이 녀석은 잘 지내고 있는 것일까?
사라진 그 길냥이를 찾아 발걸음을 몇 발짝 움직이려다 주춤했다.
안 되지. 그러다가 영영 다시 못 만나게 될까도 걱정이 되는 걸.
밤이 되어 삼각 김밥에 컵라면이 문득 생각이 나서 자고 있는 누님의 이불을 덮어 주고 나서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나서 동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서 대충 요리하고 덥히고 나서 의자에 앉아서 길냥이가 사라진 쪽을 보았다.
아직도 우리 동네에도 길냥이가 많이 사는구나. 나는 문득 잊고 있었다.
그리고 길냥이들을 위한 기도를 바쳤다. 그래, 너희는 무슨 죄냐?
신호등의 불빛을 보고 생각한다. 우리가 너무 멀리 오지는 않았기를 생각한다.
오가는 자동차와 길냥이들이 겪게 될 가을과 겨울을 생각한다. 그래, 댕댕이들도 있었지.
밤이 깊어 간다. 그리고 신호등 불빛이 반짝인다. 그 길냥이가 생각이 난다. 밤이다. 녀석들 춥지나 않을까? 아무래도 오늘밤 길냥이와 댕댕이가 꿈에 나올 것 같다. 오늘도 녀석들에게 해준 것이 없어서 유감이다. 샬롬.
한 천주교신자이며 그리스도인이자 장애인 활동가 윤승환 사도 요한 올림.
찬미 예수님. 샬롬. 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아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