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기-겨울이지만 따뜻합니다.
윤승환 사도 요한
차가운 겨울날 길냥이가 밖에서 운다.
나가 보았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겨울철에 먹으라고 둔 사료 접시에 아무도 손 댄 흔적이 없다.
그래도 모진 것이 생명인지라 자신들이 굶주려할까 봐 둔 것을 아는 양
가끔씩 나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하여 자기들 딴에는
접시의 사료에 앙증한 입을 대고 탐식자의 자세로
생명의 양식을 먹고 나누는 것 같다.
우리빌에서의 3년째 1월이 또 지나간다.
그 사이 캣맘이었던 아가씨는 이사를 가고
나는 졸지에 고양이 아빠가 되어 버렸다.
1월의 어느날 밖에는 추워진 날씨에 새들의 날개짓도 잦아들었는데
이 지구상의 어느 누구도 길냥이들의 영혼의 굶주림까지는
채워주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나가서 다시 그들의 식탁에 사료를 덜고 나서 조용히 바치는 기도
죄라고는 태어난 죄밖에는 없는 그들이 평안하게 살게 하소서.
죄라고는 태고적에 물려 받고 태어난 야생성밖에 없는 그들이
평안하게 세상을 떠날 수 있게 하여 주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2021년 1월 10일 주일인 일요일 오후에
주님 세례 축일의 오후에
경기도 수원시 망포역 근처의 우리빌에서
한 천주교신자 윤승환 사도 요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