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다시 적으면서 10여 년 전 제가 썼던 시가 다시 떠오릅니다.
그 시의 제목은 "커피가 식기 전까지"와 "750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즐감하시기를 바랍니다.
1).커피가 식기 전까지.
커피가 식기 전까지
당신은 그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려 본 적이 있습니까.
그 어떤 존재에게 의미있는 존재로 기억되길
간절히 원하여 본 적이 있습니까.
커피가 식기 전까지
당신은 누군가에게 애타게 만나자고 전화해 본 적이 있습니까.
그 어떤 존재에게 당신이 망각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 본 적이 있습니까.
커피가 식기 전까지
당신은 그 누군가에게 작은 호의라도 베푼 적이 있습니까.
그 어떤 어려운 사람이 간절히 당신의 도움을 바랄 때
한 웅큼의 동전이라도 그에게 전달하여 본 적이 있습니까.
2).750원.
한 형제가 수원역 육교에서 적선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한 쪽 다리가 절단되어 깁스를 하고 있다.
나는 가다가 망설인다.
4개월째 실업자 상태 가진 것이라고는 낡은 지갑 속의 천원권 몇 장과 동전 몇 푼
잔돈울 다 합하여 보니 750원.
나는 천원권을 아껴두고 가진 것 중에서 백원 동전 몇 개와 오십원 하나.
잔돈을 몽땅 주고 그를 위하여 기도를 드렸다.
그는 감사하다면서 고개를 숙인다.
옆을 보니 반 쯤 남은 막걸리 병 하나.
750원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하여는 얼마 만큼의 돈이 필요한 것일까
750원
그는 그것을 책을 읽기 위하고 헌금하기 위하여 썼을까 술을 마셨을까
750원
우리는 얼마만큼의 노력으로 이 땅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 수가 있을까
750원
나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또 750원
2020년 7월 30일 목요일 오후
연중 제17주간 목요일 오후에.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의 한 사무실에서
근무 중 짬을 내어 적어 봅니다.
한 천주교신자 윤승환 사도 요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