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루카 1,46-48)
첫 미사를 봉헌하던 날을 떠올려 봅니다. 진땀 흘리며, 떨리는 음성으로 드리던
첫 미사. 가슴은 터질 것만 같고, 사제로서의 첫 감격을 미사 내내 눈물에 담았
습니다. 전날에는 설렘과 떨림으로 밤잠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강론에서 신부님
은 첫 미사의 떨림과 설렘을 안고 사제직을 완성해 가라는 당부를 주셨습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가고, 세월도 흘렀습니다. 이젠 어린 티를 벗어 제법 원숙한
중년의 사제로 섰습니다. 세월은 저를 이만큼 성숙하게 키워 줬습니다. 하지만
저는 되레 세월을 까먹어 왔습니다.
제게는 더 이상의 첫 미사의 설렘과 떨림이 없습니다. 감격이나 열정도 없습니다.
누구는 하느님 생각에 잠이 안 오고 눈물부터 나온다는데, 저는 하느님 생각만
하면 잠부터 쏟아집니다. 마리아의 감격이 한없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어떡하면 이런 고백을 할 수 있는지. 감격 없이 주님을 만나고 있는 저로서는 도무
지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더 살아 보겠습니다. 치매가 먼저 올지, 회개가 먼저 올지
는 모르지만, 치매가 오기 전에 맑은 정신으로 성모님의 고백을 내어 놓겠습니다.
감격과 설렘을 담아서 말입니다.
(김강정 신부, '주님을 찾는 행복한 술래-생활성서간행-'중 '첫 미사의 감격'에서)
이 글을 읽고 김강정 신부님을 뵌적은 없지만, 참 겸손하고도 솔직하신 신부님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느님 생각만 하면 잠부터 쏟아진다고 하신 말씀은 하느님께
다가가려는 뜨거운 열정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그에 못미치는 당신 생각을 재미있게
표현하신 것이 아닐지요.
하느님과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사는 듯이 열심한 신자들 중에 간혹 자기 체험을
자랑 삼아 늘어 놓고 훈계하고 늘 가르치려고 드는 사람보다는 늘 부족함을 느끼며
겸손하게 신앙 생활하는 신자들에게서 오히려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곤 합니다.
"하느님을 만난 사람이 겸손하지 않으면 짝퉁이다."라고 조규만(바실리오) 주교님께서
재미있게 표현하신 것처럼 정말 하느님께 은총을 많이 받은 성숙한 신자라면 성모님이나
사부님같이 가슴에 묻어두는 사람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