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만 보고 가만히 있는것이 너무 불편하고 미안해
모든 것 접어두고
토요일 어제 fmm수녀님 4분, 꼰벤뚜알 수사님 2분, 성공회 신부님 2분,
인천 지구 정평창보 위원 2분, 공부방 자원 봉사자 한분과 함께
태안 기름띠 제거 작업을 다녀왔습니다.
함께 가지못해서 미안해 하는 마음으로 필요한 장비 및 경비를 후원해주신 많은 분들의
마음도 함께 가지고갔습니다.
순간의 부주의가 얼마나 많은 생명체에게 고통을 던져주었는지 한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바위와 돌멩이에 끈적끈적 붙어있는 기름띠를 닦으면서
곳곳에서 다양한 생명의 보금자리인 엄마 바위들이
까만 기름을 뒤집어쓰고 죽은 자식들을 품은 체 울고 있었는 모습을 발견하였습니다.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하면서 함께 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참으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전국 곳곳에서 달려와 함께 했는데,
수 많은 사람들이 작업하는 현장에서는 침묵만 흘러 숙연한 분위기가 흘러 갯생명체들의
죽음을 함께 애도하고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닦아내고 돌아서서 한참 후 되돌아보면 먼저 닦아낸 바위들은 다시 기름을 내뿜어 닦은자리를
수 차례 더 닦아내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이렇게 아픔에 함께 하면서 수많은 손길이 수십번씩 이 바위들을 어루만져주면
그것에 힘을 얻어 자식잃은 엄마 바위들은 또다시 새 생명을 품을 날이 올것이란 희망을
마음 한 구석에 가져봅니다.
기름띠가 적은 바위틈이나 돌멩이 밑에 피신해있다가
돌멩이를 들추는 소리에 깜짝놀라 소스라치며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바쁘게 휘져어 도망치려는
조그마한 게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평화의 증거자로 불림 받은 프란치스칸들이 태안의 아픔에 함께 동참해 준다면
상처입은 생태계가 상처를 씻고 회복하는데 더 큰 용기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녀온 뒤 더 안타까운 마음을 어떻게 할 수 없어 글을 올려봅니다.
사실 어제 태안으로 가면서 중간휴게소에 들렀을때 그곳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처럼 태안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큰 희망을 보았답니다.
앞으로 어쩌면 천조각을 들고 바위와 모래를 닦아내는 작업이 몇개월 걸릴 수도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단 한번인 이 어루만짐이 전국 곳곳에서 모아진다면
10, 20년이 걸릴 회복의 시간이 앞당겨지겠지요.
백안젤라f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