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은
이렇게 자탄했습니다. “길가에 돋아 자란 풀포기도 그 자신의
삶에 충실할 적에 나는 무엇으로 시간을 보냈던가?
하찮은 초목도 꽃피우고 열매 맺고 다시금 시고 떫은맛을
곰 삭일 적에 한 번밖에 없는 내 인생에
나는 무슨 맛을 창조하고 있었던가?
풀 섶의 잡초들이, 수풀 속의 풀벌레가 이웃과 더불어
우정을 나눌 적에 나는 이웃에게 어떤 사랑을 베풀었던가?“
우리가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전후좌우 살필 겨를도 없이
뛰고, 남을 희생시키면서라도 줄달음질친 땀의 수확으로 우리의
두 손이 가득 채워진다 하더라도 자비심, 희생, 고결함을
잃어버린 가슴은 언제나 텅 빈 채 공허감과 외로움만 더해갈 뿐입니다.
인간의 땀에 대한 가장 고귀한 대가는 그것으로 얻어지는 물질적
이득이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멋과 맛이 깃드는
삶의 가치와 품위일 것입니다.
<김종남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