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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구

주님의 사랑에 물들기

조회 수 5847 추천 수 0 2009.10.19 22:31:18
주님의 사랑에 물들기



저에게 소중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의 이름은 나무입니다.
발음도 좋습니다. 나무 (I am 無)

작년 가을에 마음이 무척 아프고 힘들어 할때
나무가 저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바람이 몹시 부는날,
아름답게 물들은 나뭇잎들이 떨어지면서
서로 이야기 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얘들아,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떨어지자.
사실 우리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거야,
우린 저 땅속 깊은 곳에 있던 존재들인데

어느날,
생명의 빛을 받아 나뭇가지 끝에 달려서
많은 영광을 누렸잖니.
햇님과 달님하고 친구도 되고, 바람과도 사귀고..
이제 우리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 가는거야.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떨어지자.
우리가 떨어져서 누군가의 발에 밟혀 거름이 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영광이잖니.

나뭇잎들의 용기에 감동이 되어 나무 앞에 가서 섰습니다.
빨갛게, 노랗게 물들은 나뭇잎들이
병들어서 떨어진 것이 아니고,
아주 고운 모습으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떨어지자 !"

작년 가을 나뭇잎들이 저에게 준 메시지입니다.

주님앞에 나아가
나뭇들이 하는 이 메시지로 기도를 올렸습니다.
"주님, 저도 이 낙엽들처럼 떨어지는 훈련,
내려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저도 사실은 주님께서 존재로 부르시기 전에는
아무것도 아니였습니다.
虛無였습니다.
그런데 주님 생명의 빛을 받아 사람이 되었고,
수도자가 되었고, 정말 많은 영광을 누렸습니다.

주님, 제가 아무것도 아닌데,
허무가 다른 사람을 향해 실망했다고 말하다니요,
제 본래의 모습을 잊고 이런 망말을 했습니다."
저의 본래의 모습을 발견하고 나니
세상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작년에 이렇게 깨달음을 주던 나무가 올해도
저에게 행복한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작년에 보던 모습으로 물들지 않고,
새롭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한 나무인데도 빛을 받은 양만큼,
빛을 받은 각도에 따라
다 다른 모습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빛을 받아,
황홀한 모습으로 서있는 나무를 쳐다 보면서
"야, 우리 하느님은 정말 예술가이시다.
온갖 색깔로 우리를 기쁘게 해주시네!"

나무를 쳐다보며 감탄하고 있는데, 제 시야에
"하느님의 사랑의 빛을 받으면 이렇게 황홀하게 된답니다"

나무는 당당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뽐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야, 말못하는 저 나무도 주님의 빛을 받아 물들어 있는데,
나도 저 나무 못지 않게 주님 사랑에 물들어 있어야겠다."

나는 나의 침묵으로,
나의 노래로, 나의 헌신으로,
나의 기도로.
주님 사랑에 흠뻑 취해 있기로 했습니다.

침묵할 때 사랑으로 물들어 있고,
성가를 부를 때는 온 열정을 다해 취해 있고,
기도를 할 때에도 주님께 취해서, 헌신으로, 마음을 다해서....

2009년 가을을 이렇게 주님 사랑에 물들어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주님 사랑에 흠뻑 취하고,
주님의 온유함에 물들어, 주님의 친절에 물들면서....

- 김경희 루시아 수녀·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

아셀라

2009.10.19 22:37:04
*.39.175.140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떨어지자 !" 이 아름다운 가을에 필요한 은총은 낮아짐에 기뻐하며 떨어짐에 두려워하지 않는 것.....나뭇잎이 한 잎 두 잎 떨어지며 우리 모두에게 그렇게 속삭이고 있나 봅니다. 풍성하고 행복한 가을이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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